1978년 육군 상병이던 심모씨는 위병소 경계근무 중 하사 고모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고씨가 쏜 총에 입술 부위를 맞아 숨졌다. 사건 직후 부대 간부들은 긴밀히 움직였다. 긴급회의를 열어 심씨가 가정문제 등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조작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심씨와 고씨의 총기를 교체했고, 총기지급대장의 총기번호도 바꿨다. 부대원들은 현장보존 조치 없이 심씨 시신을 세면장에서 씻었다. 시신은 사건 다음날에야 의무대로 후송됐다.
부대 지휘관과 부대원들은 헌병대 조사에서 심씨가 자살했다고 입을 맞췄다. 유족들은 사설 병원에서 검안할 수 있도록 시신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부대 측은 이를 거부한 뒤 화장해버렸다. 심씨의 어머니는 2006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의문사위는 2008년 부대 관계자들을 조사한 뒤 심씨가 고씨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인정했다.
유족들은 부대에서 가정문제 때문에 자살한 것처럼 사망 원인을 조작해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이겨 4억6000여만원을 배상금으로 지급받았다. 정부는 이후 고씨와 당시 대대장 등 부대 관계자 6명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김우진)는 “고씨 등이 정부에 1억8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고씨는 심씨가 총으로 자신을 쏠듯 위협해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씨의 사망 이후 고씨 등이 조직적으로 사고를 은폐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가슴 치는 죽음… 軍 자살로 조직적 조작, 36년 만에 진실 드러나
입력 2014-12-18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