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청 알바 최고 42.9 대 1… “취업전쟁 버금”

입력 2014-12-18 02:13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청 소회의실에서 학생들이 겨울방학 아르바이트 추첨 결과를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청주시 제공

“아르바이트 자리가 꼭 필요한데, 로또보다 당첨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청 소회의실에서는 겨울방학 행정사무 보조 아르바이트 추첨이 진행됐다.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학생 8명이 자신의 번호표가 나오길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시는 아르바이트 지원자가 너무 많아 8명을 참관자로 선정했고, 당첨자는 개별통보키로 했다. 추첨은 무작위 전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원 학생들은 회의실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당첨 숫자가 나오자 희비가 엇갈렸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행운을 잡은 한 학생은 환호성을 질렀다. 비슷한 번호가 나오자 깜짝 놀라 숨을 들이쉬다가도 “내 번호인 줄 알았다”며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참관 학생 8명 중에선 당첨자가 1명밖에 나오지 않아 치열한 경쟁률을 실감케 했다.

청주시청 동계 아르바이트에는 172명 모집에 4874명이 신청해 평균 28.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80명을 뽑는 시청 일반 부문은 3432명이 몰려 가장 높은 4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학 입시나 취업 전쟁을 방불케 했다.

행운의 당첨자들은 내년 1월 9일부터 2월 6일까지 도청과 시청, 시 사업소, 구청, 읍·면·동 주민센터에 배치된다. 25일 근무하고 하루 4만4640원씩 111만6000원을 받는다.

관공서 아르바이트에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는 최저 시급이 보장되고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에게는 미리 행정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신의 알바’로 불리는 이유다.

김민우(21·충청대)씨는 당첨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펄쩍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3번 도전 끝에 당첨이 됐다”며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면서 공직사회를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내년 6월 졸업하는 곽재석(25·청주대)씨는 “추첨이 끝날 때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아 아쉽다”며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건(22·서원대)씨도 “휴일을 보장받으면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놓쳐 아쉽다. 당첨자들이 부럽다”며 발길을 돌렸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