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앞둔 靑 이대론 안된다 (2) 소통 강화, 열린 국정을] 불통은 불신을 낳고 불화를 부른다

입력 2014-12-18 02:38 수정 2014-12-18 09:4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상임위원회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 "직무유기이자 의정논단" 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 김을동 최고위원, 이완구 원내대표, 김대표. 김태형 선임기자

내년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정부가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처럼 각종 의혹과 불신을 부추긴 진원지이자 불통(不通) 이미지로 각인된 청와대가 아니라 투명하고 열린 국정으로의 쇄신을 꾀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런 변화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 중심인 청와대가 오히려 혼란 진원지=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파문이 계속 확산되던 지난 7일 여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찌라시에나 나올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격정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경제 활성화, 공무원연금 개혁 등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근거 없는 의혹이 불거지는 데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파문을 불러일으킨 진원지는 다름 아닌 청와대다. 모든 의혹의 출발점은 청와대의 내부 갈등에서 시작됐고, 자체적인 검증 및 조율 시스템 역시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의혹들이 여과장치 없이 부풀려졌다. 국정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가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국정 혼란을 촉발시키고 부추긴 자승자박(自繩自縛) 양상이 돼버린 셈이다.

이번 국정개입 파문은 청와대 내부의 모든 부작용이 곪을 대로 곪은 상태에서 터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재생산되는 현 상황의 기저에는 청와대의 소통 부족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17일 “청와대 내부부터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청와대와 외부 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느냐”며 “청와대의 지나친 보안의식과 일방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통 부족이 의혹 양산의 시발점=최근 불거진 국정개입 의혹뿐 아니라 정부 출범 후 계속 반복돼온 인사 잡음은 청와대는 물론 정부 전반에 퍼진 ‘불통’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내부에서 각 부처와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동시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일방적으로 주입되기 일쑤라는 뜻이다.

이런 청와대 내부의 문제는 수차례 각계의 지적을 받아왔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정점으로 한 수석비서관, 비서관급들이 박 대통령만 바라보고 아무도 책임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각 부처 장관, 각 청와대 수석과 대통령의 대면보고가 활성화되지 않고 서류로만 소통하는 식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청와대 내부의 원활한 소통, 즉 토론문화는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고위인사는 “과거 청와대 내부에선 대통령이 직접 참모 5∼6명과 현안에 대해 집중토론을 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토론 대신 지시와 보고만 채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문 역시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졌다. 여러 사람이 연관됐고, 관련 내용 역시 조기 파악이 가능했지만 박 대통령에게 이런 사실들이 초기에 제대로 보고됐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결국 지나친 하향식 지시 문화와 보안주의가 불통을 낳고 이런 불통이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번 위기를 ‘열린 국정’의 기회로 삼아야=전문가들은 이번 파문을 통해 오히려 닫힌 국정에서 열린 국정으로, 불통에서 양방향 소통의 계기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단국대 가상준 교수는 “청와대 내에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대통령이) 직언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라며 “예컨대 과거 정부에서 해왔던 국민과의 대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이현우 교수는 “소통 부족 문제는 박근혜정부 시작부터 계속 제기돼 왔던 문제”라며 “대통령이 폭넓게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려 한다는 상징성이 부족하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소통에 대한) 상징성을 강화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자리에서도 (도움이 되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민들이 바라보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미지는 여전히 닫힌 리더십”이라며 “청와대 내부에서 이를 열린 리더십으로 조직문화 자체를 바꿔보려는 마인드 변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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