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교육비 대책 변죽만 울리고 핵심조치 빠졌다

입력 2014-12-18 02:36
교육부가 17일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처음이다. 핵심은 EBS 수능 연계 교재에서 영어와 수학 과목을 쉽게 하고, 학원비 과열을 낮추기 위해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학원에 외국인 강사를 채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일정 부분 사교육 확대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지엽적이고 그동안 나왔던 ‘재탕 대책’에 불과하다.

우선 영어를 보면 EBS 수능 연계 영어 교재의 어휘 개수가 교과과정 수준으로 조정된다. 이렇게 되면 2014학년도 수능 연계 영어 교재 7종류에 나오는 총 단어 수 5668개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다. 수학은 교재 종류와 문항 개수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영어, 수학에 대한 사교육 부담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작년에 국민이 부담한 사교육비의 65%를 영어(34%·6조3000억원)와 수학(31%·5조8000억원)이 차지했다. 이는 그동안 EBS 수능 교재의 많은 학습량과 문항 난도가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EBS 교재와 수능 출제 문항의 연계율(올해 75.6%)이 높은 상황에서 앞으로 ‘쉬운 수능’ 기조도 유지될 공산이 커졌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을 쉽게 해야한다는 교육부의 기존 방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EBS 수능 연계율을 높이고 수능 난도를 낮춰야 한다고 외쳐왔다. 하지만 EBS 수능 연계 정책이 도입된 2004년 이후 사교육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올해 초 내놓은 ‘2013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23만9000원으로 2012년보다 오히려 3000원(1.3%) 늘었다. 총 규모도 18조5960억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사교육의 근본 원인으로 대학서열, 학벌주의, 학력 간 임금격차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이에 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빠졌다. 핵심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교육부는 ‘단순히 영어 단어 수를 줄이고 수학 교과서 수준을 낮춘다고 해서 사교육 열풍이 잦아들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교육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추가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공교육 내실화가 사교육 경감의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