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구개발 하랬더니 엉뚱한 데 써댄 공공기관들

입력 2014-12-18 02:35
감사원이 16일 공개한 ‘공공기관 연구·개발(R&D) 투자관리 실태’ 감사 결과는 공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거듭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원전비리 사건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행태는 기가 찰 정도다. 연구비를 유흥주점 등에서 펑펑 써댄 것은 물론 부당한 방법으로 연구 과제를 특정 교수에게 몰아주었다. 그 교수는 가짜 연구원 18명을 등록해 2억8000여만원을 횡령한 뒤 7000만원이 넘는 오디오를 구입하는 등 취미생활에 사용하기도 했다. 지방에 위치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회사에 5억원이나 무리하게 지원한 공공기관도 있었다.

공공기관들의 연구·개발 예산은 매년 1조원이 넘는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써야 될 돈이다. 하지만 이번 감사로 마치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인 눈 먼 돈’ 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렴치한들이다. 감사원은 수억원을 횡령한 교수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연구비를 회수하라고 한수원에 통보했고, 연구비를 빼돌린 공공기관 직원 7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죄질에 비해 조치가 약하다. 형사처벌과 함께 부당하게 사용한 연구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직장에서도 퇴출시키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연구비 비리를 근절하려면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공공기관의 편법·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총 부채가 무려 500조원을 넘어섰으나 여전히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악화 일로다.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감사원에 적발된 연구비 유용 및 전용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지금도 연구비가 줄줄 새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공공기관들의 무사안일주의가 근본 원인이다. 공공기관들은 기관별 연구과제 중복성 검토 의무화, 철저한 사후 성과관리 등 감사원이 내놓은 개선 방안들을 조속히 실행에 옮기고 자체 감사활동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