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후폭풍] 여론 악화에 정부도 초강수… 대한항공 ‘사면초가’

입력 2014-12-17 05:44 수정 2014-12-17 09:16

국토교통부가 ‘땅콩 회항’ 논란으로 국가적 망신을 일으킨 대한항공에 대해 운항정지를 검토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의 처벌 카드를 빼들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실패로 아시아나항공에 운항정지 45일 확정 처분을 내린 지 11일 만이다. ‘황제 경영’으로 여론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정부마저 강경하게 나오면서 대한항공이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

국토부는 16일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한항공에 대해 항공법에 의한 운항규정 위반 등으로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지만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진다면 21일 운항정지, 과징금을 물리게 된다면 14억4000만원 정도가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50% 범위 내에서 가중되거나 경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게는 31일까지 운항정지 처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운항정지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피해가고 싶은 처분이다.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대한항공의 해당 노선은 하루 1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운항을 21일 동안 못하게 되면 25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운항정지로 인한 마케팅 부진, 이미지 훼손 등을 합하면 짊어지게 될 유무형의 피해액은 훨씬 더 불어나게 된다. 주가 하락이나 이미지 회복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시간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항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과징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그동안 우리가 구축해 온 시장 환경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대한항공의 이미지 추락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번 논란으로 인해 ‘갑질 항공사’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면 악화된 경영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이미 여론은 대한항공에 등을 돌린 상태다. 국토부도 이번 사건 조사단에 대한항공 출신이 포함되는 등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지난 8일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조사를 할 당시 대한항공 측 임원을 상당 시간 동석시켜 대한항공에 대한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박 사무장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객실 담당 A상무가 8일 국토부 조사에 상당 시간 배석해 있다가 나갔다”면서 “진실을 말하기 힘든 분위기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 측은 “처음 사무장을 조사할 때 인사하고 하느라 객실 담당 임원이 동석했는데 19분 정도였다”면서 “이후 조사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국토부가 이번에 운항정지라는 강도 높은 처분 가능성을 들고 나온 것도 이 같은 부실 조사 논란, 여론 악화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대 이후 국제 항공업계는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아닌 이상 운항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처음엔 ‘램프 리턴’에만 초점을 맞췄었는데 조사를 하다 보니 간단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E086 항공기를 되돌린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한항공의 대응이 이 같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사건 발생 후 발표한 사과문에서 당시 항공기에 있던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잘못을 떠넘기거나 대한항공 관계자가 국토부 조사에 출석한 조 전 부사장이 사용할 화장실 청소를 지시하는 등 여론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잇달아 저질렀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황제 경영’이 도마에 오르면서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특급호텔 사업은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뉴욕의 한인단체들은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3세 경영 승계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국토부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국토부와 검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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