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 군 부설학교에서 탈레반의 무차별 총격으로 어린 학생 100여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교사 등 성인을 포함하면 사망자는 130명이 넘는다. 부상자도 120여명에 달해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파키스탄에서 최근 1년간 벌어진 최악의 테러이자 무고한 어린 학생들을 겨냥한 사건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지 언론 돈(DAWN)은 테러리스트들이 오전 10시30분쯤 학교에 침입해 시험을 치르고 있던 학생과 교사 등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번 테러로 130명 이상이 숨졌으며 테러범 진압 과정에서 학생들이 추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학교 관계자는 “6명의 군인이 학교 담벼락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봤다”며 “그들은 학교 건물에 들어온 뒤 교실을 돌며 아이들을 죽였다”고 증언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키스탄군은 사건 발생 30여분 뒤 학교 주변을 에워싸고 진압에 나섰다. 테러리스트들과 파키스탄군의 교전이 진행되면서 학교 밖에서도 10번가량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군 당국은 6명의 테러리스트를 모두 사살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이 학교에는 10∼18세 학생과 교사 1500여명이 있었다.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북(北)와지리스탄에서 벌어진 파키스탄군의 탈레반 소탕전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자살폭탄조를 포함해 6명을 투입했으며 어린이를 제외하고 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군은 지난 6월 TTP의 근거지인 북와지리스탄에서 탈레반 소탕전을 시작해 지금까지 1600명 이상의 TTP 대원을 사살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어린 생명이 다수 숨진 국가적 비극이 발생했다”면서 3일 동안 국가 애도기간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도 “어린 아이들을 죽인 것은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TTP의 테러 시도는 올해 들어서만 7번째로 총 115명의 시민이 이들의 자살폭탄 테러 등으로 희생됐다. TTP는 특히 저항 능력이 없는 어린 학생들을 자주 테러 대상으로 삼아왔다. dpa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에서는 2009년 이후 모두 1000여개 학교가 테러리스트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현지 군사 전문가는 “TTP는 군 중심부를 공격할 능력이 안 된다”며 “약한 대상을 노려 어마어마한 심리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적인 테러”라고 분석했다.
TTP는 아울러 서양식 교육 자체에 반감을 갖고 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말랄라 유사프자이(17)도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막는 TTP의 만행을 고발한 데 대한 보복으로 2012년 10월 9일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하교 도중 머리에 총을 맞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탈레반, 파키스탄 학교 공격… 어린 학생만 100여명 숨져
입력 2014-12-17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