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수사] 저마다 말 바꾸기… 물리고 물리는 ‘진실게임’

입력 2014-12-17 03:52 수정 2014-12-17 09:34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수사는 곳곳에서 벌어진 ‘진실게임’과의 싸움이었다. 문건의 신빙성, 유출 경로는 물론 대통령 친인척 미행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언론을 동원하며 저마다의 주장을 폈다. 진실 공방을 이루던 말들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미묘하게 변해 혼란을 더했다.

이는 검찰이 관련자들의 진술보다 객관적·구체적 증거를 얻는 데 몰두했던 이유다. 검찰은 유출 경로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윤곽을 잡았다. 16일 검찰 관계자는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본류 수사는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검찰 수사 영역의 바깥에는 ‘청와대 회유설’ 등 풀지 못한 진실 공방이 남아 있다.

◇연락두절→통화, 신빙성 6할→정보보고=첫 진실공방은 의혹의 주인공 정윤회(59)씨와 문건을 보고받은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벌였다. “7년간 야인으로 살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들과 연락을 끊었다”던 정씨는 조 전 비서관의 언론 인터뷰 이후 “지난 4월 이재만 비서관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강한 의혹을 제기했던 조 전 비서관 역시 나중엔 한발 물러선 듯한 인상을 줬다. 그는 정씨와 이 비서관의 연락 정황을 공개할 때 “문건의 신빙성은 6할 이상”이라고 반박했지만, 이후 “말 그대로 첩보를 수집한 동향을 보고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서 한 진술 내용이 수사 과정에서 계속 바뀐다”고 말했다.

문건 ‘제보자’의 말을 둘러싸고도 진실 공방이 있었다. 문건 작성자 박관천(48) 경정은 정보 출처로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목하며 “10인 모임의 내부자에게서 박 전 청장이 접한 얘기를 들은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박 전 청장은 “시중 풍문을 전달한 것”이라고 털어놓았고, 이에 검찰은 김춘식 청와대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을 불러 삼자 대질을 벌이기도 했다.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곁가지에서 벌어진 정씨와 박지만(56) EG 회장 간 ‘미행설 공방’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박 회장은 15일 검찰 조사에서 “(오토바이 미행자를 잡아 자술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애초 시사저널의 보도로 알려진 내용과는 좀 다른 얘기다. 다만 박 회장은 “여러 사람이 ‘미행당했다’고 말해줘 미행을 의심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유설은 오리무중=문건 작성자 박 경정의 말도 바뀌었다. 그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로 문건들을 반출한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청와대의 의심을 일관되게 부인했지만, 최근 결정적인 유출 증거가 드러나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모(44) 경위에 대한 회유 의혹만큼은 현재진행형이다. 15일 jTBC는 “한 경위가 지난 8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혐의를 인정하면 기소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방송 직후 한 경위의 변호인들은 일제히 인터뷰조차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앞서 “민정수석비서관실의 그 어느 누구도 한 경위를 접촉한 사실이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jTBC는 이날 “(한 경위가) 몇 시간 동안 (회유의) 구체적 정황을 전달해 왔고, 음성 녹음이 있다”면서도 “한 경위가 극심한 불안과 위협을 호소해 보도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나 한 경위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한 것으로 곧 드러나게 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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