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탈상’ 김정은… 겉은 안정 속엔 갈등 불씨

입력 2014-12-17 03:15

북한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맞았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3년 탈상’을 마치고 동시에 ‘집권 4년차’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 3년 내부 권력 다지기 등 홀로서기에 주력했다면 향후 3년은 장기집권 구상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때문에 내년에는 김 제1비서가 선대(先代)와 차별화된 자기 색깔의 통치체제 비전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어려운 대외 여건을 돌파할 카드로 전격적인 남북대화 제안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대 세습 완료’, 단기 안정성 확보=김 제1비서는 지난 3년 권력을 재빠르게 접수했다. 2011년 12월 17일 김 위원장 사망 직후인 같은 달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다음 해 4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에 순차적으로 오르며 당·군·정을 장악했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통치로 3년상을 보낸 김 위원장과는 달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으로 대표되는 숙청과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아버지 시대의 실세인 장성택, 이영호 군 총참모장이 제거된 자리에 50, 60대 관료들이 채워졌다. 군부 통제를 위한 잦은 인사교체도 있었다. 인민무력부장을 사례로 들면 3년 동안 김정각(2012년 4월), 김격식(2012년 12월), 장정남(2013년 5월), 현영철(2014년 6월) 순서로 갈렸다.

하층부를 겨냥한 ‘권력 다지기’도 병행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제1비서의 정치적 안정성에 대해 “북한 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하면 주체사상에 대한 북한 주민의 지지도, 김 제1비서에 대한 지지도 등이 높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경제 ‘불안’ 요인 잠재=그러나 공포정치를 토대로 한 충성은 권력기반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외형이 안정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 체제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들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숙청과 물갈이, 세대교체 등의 친정체제 구축 과정에서 권력층이 ‘공동운명체 의식’을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지도층 내 이권 다툼도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급부상한 신진세력과 ‘백두혈통’ ‘빨치산 후예’ 사이의 경쟁구도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이 자수성가했다면, 김여정 당 부부장, 최룡해 당 비서 등은 각각 정치적 배경이 확실한 백두혈통과 빨치산 2세대에 속한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경제도 민심이반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체 무역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꼬이면서 ‘경제개발구’ 성과가 미흡한 것도 골칫거리다.

◇남북한 모두 ‘대화’ 절실한 2015년=북한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내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이 낮지 않다며 정부는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통일부는 ‘김정은 정권 3년 평가와 전망’ 자료에서 “북한이 중국, 러시아, 미국 등과 관계개선 모색에 실패한 상황에서 남한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침 광복 70주년, 6·15공동선언 15주년 등 남북 공동의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남한이 박근혜정부 3년차 즉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게 되는 변수도 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국가 안보에 책임 있는 정부라면 남북 경색을 방치할 수 없다”며 ‘5·24조치 해제’ 등을 거론한 것도 대화 필요성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16일 김 위원장을 ‘민족과 인류의 위인’이라며 한껏 추모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6일 개성을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대위원은 “북한이 오늘부터 모레까지 3일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북측 인사에게 오찬을 제의했지만 애도기간이어서 힘들다고 했다”며 북한의 추모 분위기를 전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