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은 우리가”… 고독사 막은 독거 노인 問安 사업

입력 2014-12-17 04:26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 회원들이 11일 동주민센터에서 4분기 정례회의를 열고 복지 취약계층에 대한 원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홍제3동 주민센터 제공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주민센터 김희호(48) 주무관은 지난달 28일 동네에 사는 독거노인 김모(78) 할아버지에게 전기요를 전달하러 방문했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 다시 전화를 해도 계속 받지 않았다. 느낌이 이상해 김 할아버지가 매일 점심을 먹으러 다니는 천연동 노인종합사회복지관에 연락해 보니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위기상황임을 직감한 김 주무관은 서둘러 강원도 원주에 사는 김씨의 딸에게 연락했고, 지난 9일 함께 집으로 찾아갔다. 경찰을 불러 이중으로 잠긴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보니 김씨는 방안에 누워 미동도 없었다. 며칠 전 쓰러졌고 기력이 쇠해 먹지도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던 상태였다. 김 주무관은 119구조대에 연락해 김씨를 신속하게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고 김씨는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생명을 잃을 수 있었으나 김 주무관의 신속한 대처로 생명을 구한 것이다.

김씨가 목숨을 건진 것은 홍제3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이하 복지협의체)의 제안으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독거노인 문안’ 사업 덕분이다. 홍제3동 복지협의체 회원들과 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관내 독거노인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도 걸고 직접 방문해 건강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고 있는 홍제3동 복지협의체는 주민 22명과 동장, 구의원 3명으로 구성된 민·관협력기구다. 민간 회원들은 목사, 채소가게 주인, 재개발조합 간부, 사회복지관 종사자, 치과의사 등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들이다.

복지협의체는 지난해 3월 출범한 후 행정기관의 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의 취약계층을 찾아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생활이 어렵지만 주민등록상 자녀들이 있는 등 기초생활수급자 요건이 되지 않는 독거노인 등 복지취약계층 14가정에 매월 5만∼10만원씩의 생계비를 지원했다. 지금까지 1030만원을 후원했다. 독거노인 27명에게 영정사진도 멋진 액자에 넣어 만들어줬고 반찬이나 음식 등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집안 형편 상 고등학교 진학이 어려운 학생에게 입학금과 등록금을 지원했다. 이런 일에 드는 비용은 관내 종교단체나 독지가들의 후원금, 회원들의 낸 기부금 등으로 조성한 민간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홍제3동 복지협의체 이창은(53) 총무는 “행정관청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취약계층들이 주위에 아직도 많다”며 “돈과 시간이 들긴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이라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