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직장인들은 성과급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성과급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취업준비생들에겐 높은 연봉과 안정성으로 선망의 대상이지만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각 은행별 악재로 인해 성과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국민·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 중 성과급 지급 계획이 구체화된 곳은 아직 없다. 연말 결산 후 연초에 확정되긴 하지만 “성과가 나야 기대를 하지 않겠느냐”며 성과급을 애당초 체념한 이들도 많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행장이 연초에 직원들에게 ‘몇 퍼센트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기를 북돋우곤 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성과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은 제조업처럼 몇 백, 몇 천 퍼센트 성과급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며 “요즘 금융권 전반적으로 수익이 좋지 않아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은행권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은 저금리다. 예대금리차가 줄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하고 있다. 은행의 주 수익원이 이자수익임을 감안하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동부제철, 모뉴엘 등 기업 부실 여신 역시 대규모 대손충당금으로 이어져 은행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은행 당기순이익은 2011년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올 1∼9월 사이 당기순이익은 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땐 늘었지만 전반적인 여건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은행별 악재도 성과급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든다. 올 한 해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온 KB국민은행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행장이 교체됐고, 도쿄지점 불법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 등으로 금전적 손실 못지않은 신뢰 손상으로 타격을 입은 상태다. 하나·외환은행은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게 전개되면서 성과급 얘기는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대손비용이 줄면서 이익이 늘어 예보와 약정 맺은 MOU(양해각서) 목표 달성에는 가까워졌으나 민영화에 또다시 실패하면서 성과급에서 멀어졌다. 올해 유일하게 3분기까지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낸 신한은행은 성과급을 기대해볼 만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년간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다 2011년 은행권 실적이 좋아지자 일부 은행들은 성과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당시 ‘반(反)월가 시위’로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져 반짝 성과에 은행들이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성과급커녕 구조조정 걱정… 세밑 은행권 ‘삭풍’
입력 2014-12-17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