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국내외 유통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1위 이마트가 4개 매장을 추가 철수한 데 이어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 등 글로벌 소매 업체들도 몸집을 줄이거나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통업체들의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이 현지 및 글로벌 기업 간 경쟁 격화로 유통업체의 무덤이 돼가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법인 5곳이 올해 1월부터 11일까지 5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2010년부터 누적된 순손실은 3500억원이 넘는다. 손실이 커지면서 이마트는 이달 말까지 중국 텐진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오청점 등 4개 점포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문을 닫은 탕구점을 포함해 텐진 지역 점포 5곳이 모두 문을 닫는다. 한때 27개까지 늘었던 점포 숫자는 10개로 줄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대형 할인마트 체인 월마트가 중국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달 중간관리자 30명을 해고한 데 이어 모두 25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중국 다롄시 지역사무소도 폐쇄해 본사 관리부서와 통합하기로 했다. 지난 3분기 월마트의 중국 매출은 0.8% 감소했다.
2004년 대만 업체와 함께 중국에 진출했던 테스코는 지난 5월 현지 업체와 다시 합자회사를 세우며 중국에서 브랜드를 철수시켰다. 중국 국영기업 화윤창업(華潤創業)과 합자회사를 세우고 지분의 20%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철수설이 돌았던 프랑스 까르푸는 지난달 말 상하이에 첫 편의점을 오픈하며 편의점 사업을 본격화했다. 초기 비용이 큰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밖에 미국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도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2011년 중국 내 매장 9개를 모두 폐점한 데 이어 이달 초 2006년 매입한 중국 가전 유통기업 우싱전기를 다시 현지 업체에 매각했다.
우리나라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유통기업이 중국시장에서 부진한 것은 우선 중국 시장 내부에서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대형 할인매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현지 및 글로벌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본격화됐다. 특히 매장 수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중국 현지 기업들의 ‘바잉 파워(Buying Power)’에 밀리는 해외 업체들로선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또 중국 경제 발전에 따라 건물 임차료와 인건비 등이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선 정책 역시 영업 환경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지난 1월 중국에서 판매하는 당나귀 고기에 여우 고기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당나귀 고기를 전량 리콜했다. 여우고기 사태 이후 베이징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던 크리스찬 머크는 언론을 통해 “중국 정부가 식품 안전문제를 확인하고 싶을 때는 중국 기업보다는 다국적 기업을 선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월마트·까르푸 등 적자 못견디고 속속 매장 철수… 글로벌 유통업체 무덤된 中
입력 2014-12-17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