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16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 5일 미국 뉴욕발 대한항공기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삼아 고성과 폭언을 한 사실이 확인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박창진 사무장에게 거짓진술을 회유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에 책임을 물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폭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검찰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국토부가 예상과 달리 행정처분까지 포함한 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여론의 호된 질책을 의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사 내용은 여전히 미흡하다. 검찰의 조 전 부사장 소환 일정(17일)에 앞서 국토부가 부랴부랴 발표 날짜를 잡았으니 조사가 어찌 충실할 수 있겠는가. 회항 지시를 누가 했는지에 관한 단순한 사실조차 규명되지 못했다. 이미 참여연대가 검찰에 고발한 내용보다 진전된 게 없다. 불똥이 튀는 것을 면하기 위한 뒷북 대응이다.
국토부는 그간 공정성을 의심받아왔다. 조사도 허술해 빈축을 샀다. 당초 국토부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가 방송 인터뷰를 통해 폭언·폭행은 물론 대한항공의 거짓진술 강요까지 폭로한 박 사무장을 재조사하는 데도 실패했다. 대한항공 측이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라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압박했다니 박 사무장이 국토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실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 이번 조사단 6명 중엔 2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국토부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이제 검찰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의 폭행 여부와 함께 회사의 회유·협박을 통한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 등을 명확히 밝혀낸 뒤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재벌 3세들의 ‘슈퍼 갑질’이 조금이라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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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땅콩 회항’ 부실 조사한 국토부의 뒷북 대응
입력 2014-12-17 02:30 수정 2014-12-17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