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檢, 국민의 64%가 문건수사 불신한다는 점 새겨야

입력 2014-12-17 02:50 수정 2014-12-17 09:47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 소환을 정점으로 막바지 수순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박 회장을 비롯해 문건을 작성,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정윤회씨,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불러야 될 사람 대부분을 소환해 조사했다. 문건 내용대로 십상시 모임이 있었는지, 그리고 문서는 어떻게 작성됐고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들의 조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은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친동생과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씨의 공개소환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키며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하지만 검찰의 다짐과 달리 현재진행형인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지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다. 오비이락 격으로 ‘문건은 찌라시’라고 한 박 대통령의 단언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검찰은 이재만 비서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소환 날짜도 언론의 눈을 피하기 쉬운 일요일(지난 14일)을 택했다. 평일에 공개 소환한 박 회장, 정씨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더불어 ‘문고리 권력 3인방’의 한 사람이다. 이 같은 검찰의 이중적 태도는 수사 공정성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정말로 문고리 권력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고소인과 참고인의 출석 시간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검찰의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이러니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엔 약하고, 죽은 권력엔 강하다’는 비아냥거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조사를 받던 현직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도 일어났다. 유족들은 “검찰의 강압수사로 인한 압박감으로 세상을 떴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강압행위나 위법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더욱이 검찰이 문건 유출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또 다른 현직 경찰관의 부인을 불러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남편과 대질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된 마당이다. 아무리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라도 비인도적 수단을 사용하거나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의 수사로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2, 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윤회 문건 검찰 수사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이 28.2%에 그친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63.7%로 나타났다. 편파·강압수사 논란을 자초한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그라들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대검찰 불신에 있다. 조만간 검찰은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수사 결과를 놓고 국론이 양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단이 청와대에서 시작된 만큼 풀어야 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의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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