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으로 권력을 승계한 지 3년 되는 날이다. 현대사에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을 전 세계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봤으나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굳히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후원자이던 고모부 장성택을 전격 처형한 데 이어 군부를 노동당 통제권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됐음을 뜻한다.
그렇다고 김정은 정권이 탄탄대로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핵 개발에 따른 국제적 고립 심화로 경제가 위축돼 주민들의 원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인권 문제까지 발목을 잡아 서방국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권력 내부 균열은 시간문제다. 김정은에 대한 주민 충성도가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외톨이형 전제정치는 결코 영속성을 가질 수 없다.
북은 지난해 3월 국가 최고 정책으로 ‘핵 무력과 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채택했다. 그 후 시장경제 요소를 과감히 확대하고,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전국에 20여개 경제특구를 설치했다. 하지만 특구는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각종 제재로 외국 자본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핵 개발이다.
핵만 포기하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서방국들이 경쟁적으로 경제 지원과 투자를 할 텐데 고집을 꺾지 않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1990년대 초 이후 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약속을 수없이 어겼기 때문에 불신이 크다. 북한 당국은 핵을 단념하지 않는 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절대 도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성택 숙청 이후 냉담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핵 포기 메시지를 먼저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올해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엿보인 일본마저 최근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것은 북의 변신이 시급함을 말해준다.
북한 정권에 더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다. 박근혜정부는 드레스덴 선언 등을 통해 대북 지원 의사를 내외에 천명한 상태다. 고위 당국자가 5·24조치 해제를 포함한 남북 현안의 포괄적 협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전단 문제 따위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도 통일준비만큼이나 적극성을 갖고 당장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데 신경을 써야겠다.
[사설] 포스트 김정일 3년의 北, 고립에서 우선 탈피하라
입력 2014-12-17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