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청와대와 대한항공

입력 2014-12-17 02:10

참으로 닮았다. ‘정윤회 문건’으로 촉발된 청와대의 난조(亂調)나, ‘땅콩 회항’으로 시작된 대한항공의 천민(賤民)자본주의적 행태 말이다. 우선 남의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본질은 그게 아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었다. 대한항공은 일이 터진 뒤 별 대응을 하지 않다가 뒤늦게 “조현아 부사장이 임원으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가해(加害)행위는 쏙 뺀 채 사무장과 승무원 탓으로 돌렸다. 모두가 어처구니없어 했다.

경직된 내부 분위기도 빼닮았다. 정권 초기부터 흘러나온 ‘문고리 권력 3인방’ ‘서면보고’ ‘참모들의 받아쓰기’ 등은 불통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대한항공의 전근대적 황제 경영 방식은 재계 사람이면 누구나 알 정도다. 조양호 회장은 회의에서 “경직된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본인들이 어떻게 고치겠다는 다짐은 없다. 아예 문제를 도외시하거나,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것이 드러난 것 뿐인데도….

낙제 수준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일란성 쌍둥이다. 8개월 전 발생했던 문건 유출은 대처만 적절했다면 이 정도까지 갈 게 아니었다. 대한항공의 어이없는 해명과 비정상적인 회유는 회사 수준만 내보인 채 공분을 일으켰다. 두 곳 다 보스의 ‘심기 경호’에 주력한 흔적들만 남아 있다.

장관이나 비서관이 그 자리를 떠난 뒤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항공기 사무장도 직장 잃을 각오로 돌직구를 던졌다. 향후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한데 왜 그랬을까. ‘바보야. 문제는 너야.’ 기저에 깔려 있는 민심이다.

앞으로 청와대와 대한항공이 무엇을 말해도 신뢰감 있게 다가올 것 같지 않다. 게다가 내부에서조차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여당과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보호막을 형성하지 않는다. 회사 직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식이다. 매일 신문을 보는 사람들도 이젠 참담하고 답답하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