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산하 연구원 소속 A씨는 지난해 9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89만40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A씨는 차세대 원전인 ‘APR+’ 기술개발 연구업무 관련 회의를 한 뒤 회식한 것처럼 영수증을 꾸며 제출했다. 한수원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기관 소속 임직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런 수법으로 유흥주점이나 노래방에서 512차례 법인카드로 1억1900만원을 사용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모 대학 산학협력단의 B교수는 2010년부터 한수원과 6개 연구용역 계약을 맺은 뒤 연구실 실무책임자에게 가짜 연구원을 18명이나 등록하도록 해 2억8000여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돈을 빼돌리기 위해 차명계좌를 개설, 현금이나 수표로 인출하는 수법을 썼다. 돈은 본인 연구실 책상서랍에 넣어놨다가 필요할 때마다 고급 오디오 구입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한수원은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수행 중인 자체 연구과제 214건 중 23건(연구비 34억원)에 대해 연차평가는 물론 최종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4대강 다기능 보의 유량자료 신뢰성 제고를 위한 연구’ 2차연도 보고서는 1차연도 보고서를 대부분 그대로 베낀 것인데도 한수원은 제대로 평가조차 하지 않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감사원은 16일 한수원, 한전, 한국가스공사 연구원 등 21개 부속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공공기관 R&D(연구·개발) 투자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연구비를 빼돌린 사례 60여건을 적발해 해당 기관에 7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유흥주점·노래방서 혈세 탕진… 3개 공공기관 임직원 512차례
입력 2014-12-17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