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대표 성가인 헨델의 메시아는 이사야 선지자가 전한 두 마디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내 백성을 위로하라.”(사 40:1)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사 40:3) 이 두 마디는 구약성경의 핵심입니다. 메시아가 오는 날, 죄악의 심판과 고통이 끝나고 위로가 임할 것이라는 구원의 선포입니다. 광야와 사막에서 왕의 대로를 예비해 이를 맞이하라는 명령입니다.
길은 세상을 바꿉니다. 고속도로의 건설이 대한민국 근대화의 시작을 알린 것이 좋은 예입니다. 골짜기엔 다리가 놓이고 산에는 굴이 뚫리며 큰 지형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마침내 길이 개통되자 모든 것이 빨라지며 삶이 달라졌습니다. 광야의 대로로 오시는 메시아는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합니다. 모든 골짜기가 돋우어지고 산과 언덕마다 낮아져 평지가 될 것이라 했습니다. 이것은 대지진의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위로의 시대가 열린다고 했습니다.
성탄절은 이러한 위로와 변화를 가져올 메시아의 오심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그는 메마른 불모지인 광야와 사막에 길을 열고 오십니다. 보통 길은 도시에서 시작해서 도시에서 끝납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교역로이던 ‘왕의 대로’나 동방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선지자 이사야는 광야에서 대로를 예비하라고 합니다. 광야와 사막에서 대로를 예비하라는 것은 그 불모지가 변해 번영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던지는 대변혁의 이미지는 성탄절에 무엇을 어떻게 축하해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메시아는 타락으로 광야와 사막 같이 되어 버린 이 땅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시려 오셨습니다. 죄악에 종살이하는 인류를 풀어 주러 임하셨습니다. 그가 오시는 대로는 베들레헴 골짜기에서 시작해 골고다의 높은 산까지 이어집니다. 그가 길목을 지나면 절망으로 낮아진 골짜기는 드높아지고 높아진 교만의 언덕은 한없이 낮아집니다. 인생의 굴곡과 고르지 않은 곳을 평탄케 해 복음이 주는 평안이 달음질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모든 인류가 여호와의 영광을 보게 될 거룩한 성을 예비하십니다. 결국 광야에서 위로자를 맞을 준비를 하라는 명령은 이 복된 소식의 선포였습니다. 우리는 이 약속의 성취와 그 완성을 소망하며 성탄을 축하해야 합니다.
이사야 선지자로부터 세례 요한까지 구약의 성도들은 광야에서 이 길을 예비했습니다. 예수님 제자들 이래 지난 2000년 동안 모든 성도들이 주님을 따라 이 길을 걸으며 주님의 오심과 그의 위로를 전했습니다. 우리 역시 이 길을 걸으며 이 시대의 광야와 사막의 높은 산과 낮은 골짜기에 임하는 주님의 위로를 선포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성탄축하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하는 성탄절 축하에 이러한 다짐이 채워져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성탄절 메시지는 카드에 적힌 ‘메리 크리스마스’처럼 가벼운 위로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위로는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줄 수 없는 것입니다. 복음의 위로는 크리스마스의 장식처럼 이미 풍성한 삶에 무엇인가를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죄악으로 높아진 교만의 언덕과 절망의 골짜기를 뒤엎는 변혁자로 오십니다.
올해 성탄절은 이 놀라운 진리를 축하하며 알리는 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진정으로 주님의 위로를 누리길 원합니다. 마음의 높은 산이 낮아지고 낮은 골짜기가 높아져 평탄함을 얻을 수 있기를 빕니다. 또 우리의 성탄 축하가 어둠에 쌓인 세상에 주의 영광을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신국원 교수(총신대 신학과)
[시온의 소리-신국원] 광야에 길이 열리면
입력 2014-12-17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