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56) EG 회장이 탄 제네시스 승용차는 15일 오후 2시28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생중계하는 방송사 취재 차량들이 앞뒤로 승용차를 에워싸 호위를 받는 듯한 모습이었다. 방송사 취재진은 그가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나올 때부터 이 승용차를 쫓았다.
생일에 검찰로 출두한 그는 수수한 검정 외투에 회색 목도리 차림이었다. 박 회장은 조용호 변호사와 함께 계단을 올라와 포토라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잠시 멈춰 섰다. 그는 “(검찰에) 들어가서 제가 알고 있는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한 말씀만 해 달라’며 기자들이 박 회장을 에워싸자 복잡한 표정으로 “왜들 그래…”라고 했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직전 “나의 인생은 대통령의 아들도 모자라서 이제는 대통령의 동생으로 살아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의 사적인 삶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었다.
박 회장은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말없이 방문자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조 변호사가 청사 안내데스크에서 조사실 호수를 물어갔다. 박 회장이 향한 곳은 1123호실, 청와대 문건 유출 경로를 수사 중인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 소속 검사의 방이었다. 세계일보는 ‘5월 박 회장에게 A4용지 100여장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었다.
박 회장은 이곳에서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특수2부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가 번갈아 조사실에 들어갔다. 형사1부는 정윤회(59)씨가 자신의 박 회장 미행 의혹을 보도한 ‘시사저널’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다만 정씨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간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소통령’ ‘홍삼 트리오’ ‘봉하대군’ ‘만사형통’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정권마다 끊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각별히 처신을 조심했다. 박 대통령도 “지만 부부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서향희 변호사와 가정을 꾸리고 두 아들을 키우며 세간의 관심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하지만 이런 박 회장도 비선 충돌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국정개입 의혹의 중심인 정씨와 미행설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권력 암투를 벌인다는 말이 나왔다.
박 회장은 정씨와 ‘청와대 3인방’이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검찰 출석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면 돌파’라고 평가한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제기된 의혹을 다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경원 문동성 하윤해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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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6 04:29 수정 2014-12-16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