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아시안컵 대비 제주 전훈 돌입… 슈틸리케‘자율축구’로 실력 점검

입력 2014-12-16 04:33
“마음대로 전열을 만들어 맘껏 자기 기량을 뽐내 봐.”

울리 슈틸리케(60·독일)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이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한 제주 전지훈련에서 ‘자율축구’로 선수들의 실력을 점검했다.

대표팀은 15일 오후 3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제주 서귀포 시민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28명의 태극전사들은 몸을 푼 뒤 두 무리로 나뉘어 패스와 공 빼앗기를 했다. 이어 필드 플레이어 8명씩 3개조를 이뤄 미니게임을 치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미니게임에 앞서 선수들에게 “원하는 대로 전열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수비진과 공격진을 어떻게 구성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스스로 진용을 짠 3개조는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미니게임을 치렀다.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마지막 순간에 깜짝 발탁할 수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 말을 가슴에 새긴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태클을 하고 슈팅을 쏘아 댔다. 미니게임에서 김은선(수원 삼성), 정동호(울산 현대), 강수일(포항 스틸러스), 이종호(전남 드래곤즈)가 차례로 골 맛을 봤다. 박건하 코치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훈련에 임하라고 했는데 선수들의 투지가 넘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 대표팀은 K리그,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아시안컵 주전 경쟁에서 유럽파와 중동파 선수들에 밀리는 한중일 리그 선수들은 이번 전훈에서 자신의 기량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신태용 코치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최대한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감독님이 자율적으로 미니게임에 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훈련에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 전술적인 부분을 모두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의 부상으로 취약해진 원톱 자리에 대해 “스페인은 제로톱을 통해 우승한 적이 있다”며 “제로톱이냐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쓰느냐를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훈련을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FC 서울)는 후배들에게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아시안컵 대표로 선발되지 않더라도 대표팀은 계속된다. 다들 본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인 만큼 큰 꿈을 가지고 전지훈련에 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