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검찰 출두한 날, 朴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입력 2014-12-16 03:18 수정 2014-12-16 09:38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을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두한 날이어서 박 대통령의 ‘침묵’은 눈길을 끌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전날 검찰조사,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최모 경위 자살 등 관련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묵언은 다소 의외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이런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강경하고 때론 격정적인 어조로 이번 파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수차례 분명하게 밝혔던 만큼 더 이상의 사족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회의 등을 통해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행위” “찌라시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각종 의혹을 일축해 왔다. 또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겨냥해 국무위원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침묵한 또 다른 이유는 박 회장이 비록 참고인 신분이지만 검찰에 출두한 상황을 감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생의 검찰 조사 당일 추가 언급을 할 경우 다시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박 회장 등 친인척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써 왔다.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주변인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지론으로 삼아온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도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다 희생당했다”며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도 지만 부부가 일절 청와대에 들어온 적 없다.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연말 정국을 강타한 각종 의혹에 동생이 계속 거론된 만큼 박 대통령의 심경은 상당히 불편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선 다른 국정 현안들을 일일이 거론했다. 특히 이른바 ‘종북 콘서트’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 움직임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참모들의 노력을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종북 콘서트’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씨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인권침해에 대해선 눈을 감고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 실상인 양 왜곡 과장하고 있다”며 특정 인사를 직접 공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제사회의 북한 주민 인권 개선 움직임을 주도해야 할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논란이 빚어지는 것 자체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시각이다. 또 IOC의 평창 올림픽 분산개최 움직임에 대해서도 “의미가 없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박 대통령은 또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휘발유 가격 등에 적시에 반영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유가 절감분을 요금에 즉각 반영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연말연시 대금지급 지연 및 체불임금 대책, 폭설 및 가뭄 피해 대책 등에 대한 주문과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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