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재집권 이후] 日, 美와 더 가까이… 中과는 더 멀리

입력 2014-12-16 02:07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려는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향후 4년간 재집권이 확정된 아베는 이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면서 "이는 아베노믹스를 더욱 전진시키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개정 의지도 밝혔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오는 24일 특별국회를 소집해 아베 총리를 재신임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압승을 거둔 것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의례적인 게 아니라 ‘진심’이 담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아시아 중시’ 대외정책을 내세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통해 ‘정상국가’로 전환하려는 아베 총리는 반가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압승을 거둠에 따라 그가 추진해온 미·일 안보동맹 강화 등 친미 노선은 한층 힘을 받게 됐다. 게다가 앞으로 아베 총리가 4년간 임기가 보장되는 등 장기집권하게 된 것도 미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동맹인 일본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그동안 임기 1년이 안 되는 ‘단명 정권’이 지속되는 데 대해 미국의 불만이 높았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미·일동맹 현안들이 새롭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적으로 자신감을 얻은 아베 정권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

안보적으로는 집단자위권, 경제적으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이 미·일 간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이끌 양대 현안으로 꼽힌다.

현재 집단자위권 추진에 필요한 미·일 방위지침 개정협상은 일단 내년 5월 이후로 미뤄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집단자위권 추진을 보다 과감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막바지 단계에서 일본의 시장개방 난색으로 진통을 겪어온 TPP협상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 총리가 껄끄러운 시장개방 문제에도 훨씬 적극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소식통도 “그동안 돼지고기 등 민감품목과 자동차 시장개방과 관련한 농민층과 소비자단체 등의 반대를 의식해 ‘자제’해 왔지만 선거 이후에는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의 반대로 TPP협상의 타결이 늦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양해’한 것은 아베의 정치일정을 고려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TPP 타결과 미·일 안보동맹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의제를 가지고 아베 총리가 내년 봄에 미국을 다시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지난봄 아베 총리 방미 때는 푸대접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며 “미국 측의 아베 총리에 대한 대우가 격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베 정권이 이번 선거의 압승을 바탕으로 우경화 행보를 강화하면서 중·일 관계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임기 내에 개헌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역사적 교훈을 깊이 받아들일 것을 희망한다”고 논평했다.

친 대변인은 “일본이 역사적 교훈을 깊이 받아들이고 평화·발전·협력·공영의 세계조류에 순응하면서 지역 국가들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안전에 대한 우려를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런민대 동아시아연구센터 황다후이 주임은 “아베 정권이 개헌을 밀어붙인다면 주변 국가의 반대에 부딪히고 인근 지역 안보 지형에 커다란 근심을 야기시키는 것”이라며 “향후 중·일 관계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