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쇼핑 도중 공짜로 먹는 시식용 음식이 ‘을의 눈물’을 쥐어짠 것이었다. 경쟁 당국은 시식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식으로 ‘갑의 횡포’를 부린 롯데마트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납품업체에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해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식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롯데마트에게 13억8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곧 전원회의를 열어 떠넘긴 시식행사 비용을 반환하게 하는 등의 추가 제재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창고형 할인매장 빅(VIC)마켓 4개 점포에서 시식행사 1456회를 실시하면서 비용 전액을 149개 납품업체에 부담케 했다. 사전 약정 없이 시식상품과 행사 진행인력, 일회용품 등 명목으로 전가된 비용만 16억500만원이었다.
대규모유통업법에는 대형마트가 시식 등 판촉행사를 할 경우 판촉비용 분담 비율 등을 사전에 납품업체와 약정하도록 하고 있다. 납품업체의 비용 분담 비율은 최대 50%를 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시식행사는 롯데마트가 매출을 활성화하고 상품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시식행사를 통해 납품업체에 오는 직접적 이득은 없었다. 시식행사에서 납품업체가 참여하는 부분도 없었다. 롯데마트는 시식행사를 대행업체에 맡겨 진행했다. 그럼에도 판촉비용을 전적으로 납품업체에 떠넘긴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납품업체에서 납품받을 때 판촉행사 비용 등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약정을 맺고 있다”며 “판촉행사로 납품업체에도 도움이 되는데 우리 이익만을 위해 비용을 전가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 외에 다른 대형 유통업체도 판촉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 내년 1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또 납품업체에 매출액 등 경영정보를 요구한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에 각각 2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마트는 2012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8개 납품업체에 경쟁 마트인 홈플러스·롯데마트 등에서의 매출액, 납품가격 등 경영정보를 이메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현대백화점도 아울렛 사업 진출 과정에서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130여개 납품업체에 롯데아울렛 등에서의 마진율, 매출액 정보 등을 요구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에 경영정보를 요구할 경우 경쟁 업체보다 유리한 상품 단가나 판촉행사를 강요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마트 시식행사도 ‘乙의 눈물’
입력 2014-12-16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