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재집권 이후] 아베 정부 ‘색깔’에 달렸다

입력 2014-12-16 02:11

“향후 아베 정부의 ‘컬러(Color)’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중의원 선거(총선) 압승에 따라 한·일 관계 전망을 묻는 물음에 한 정부 당국자가 건넨 말이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7월에도 2기 아베 정부가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선거까지 승리하며 상·하원 양원을 장악했다”며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당시 안정적인 집권기반을 확보한 만큼 아베 정부가 실용적인 외교를 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연말 아베 총리는 보란 듯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우경화 행보의 서막이 오르며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 당국자는 “과거사 문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북한 문제, 경제, 문화 등 상호 호혜적으로 협력해야 할 분야는 과거사와 분리해 대처하는 것이 정부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기 아베 정부의 컬러를 주시해야 한다는 말에서 묻어나듯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가 한·일 관계의 돌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내주 내각 구성이 ‘아베 컬러’의 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주변의 우익 인사가 얼마나 내각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정권 출범 때의 기존 각료를 재기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한국이 의장국인 만큼 내년 1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성사 짓기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부가 중심이 돼 중국, 일본에 적극적으로 대화 제의도 해가며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일 3국 협력 고위급(차관보급) 회의도 예정돼 있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무난히 성사된다면 이를 징검다리 삼아 한·중·일 정상회담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년 2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 날’도 한·일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은 “아베 총리가 중앙정부 관리를 파견하지 않는다든지 약간의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이면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이를 받아 우리 정부가 3·1절에 일본을 향해 전향적인 메시지를 발신한다면 양국 관계의 ‘급반전’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는 만큼 양국이 적극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쉽지 않아 한·일 관계가 좀처럼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 정부와, 군 위안부 관련 ‘억울하다’는 식의 아베 정부 간 인식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군 위안부 문제를 기사화한 아사히신문 오보에 대한 적극 홍보를 이번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일본 교과서 역사기술 문제, 독도 문제도 한·일 관계를 흔들 뇌관이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한·일 관계가 제한적 협력관계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동북아협력 무대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전략적 가치를 확보하고, 과거사·외교 분리대응 정책을 진행할 경우 원만한 한·일 관계 수준은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