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획재정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짜고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와중에 전직 부총리의 강연 자료까지 이들이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세계이슬람 이코노믹 포럼(WIEF) 라운드테이블에 참가했다. WIEF는 전 세계 두 번째 규모의 경제투자 포럼이다. 이 자리에는 26개국 160여개 기관의 금융·기업인 280명 정도가 참가했다. 그는 여기서 세계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기조강연을 했다. 현 전 부총리는 지난 7월 퇴임 후 현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석좌교수로 있다. 부총리 자리를 떠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강연자료 준비는 여전히 기재부 공무원들의 몫이다.
공무원들이 이미 공직을 떠난 고위 공직자의 사적(私的)인 일을 도와주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흔히 공직사회 안에서는 이를 두고 ‘꺼진 불 관리’라고 한다. 언제 다시 실세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요청이 들어오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 이런 ‘대필 업무’는 해당 국장에게까지 보고된다. 개인적인 정 때문에 대신 써 주는 차원을 떠나 아예 공식 업무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과거 기재부에서 근무했던 한 사무관은 15일 “전직 장차관뿐 아니라 1급 출신들의 발표 자료까지 현직 공무원들이 대신 작성해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 때문에 해야 할 업무가 뒷전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국민도 그러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물론 현 전 부총리도 국민의 한 사람이긴 하지만 발표 자료까지 옛 ‘부하 직원’에게 맡기는 것은 지나치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 kmib.co.kr
[단독-현장기자-이용상] 기재부, 누구를 위해 ‘꺼진 불’ 챙기나
입력 2014-12-16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