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합의안 이행, 문건 논란 이상으로 중요하다

입력 2014-12-16 02:27
검찰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수사가 정쟁으로 비화하면서 연말 국회의 난항이 우려된다.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주요 경제 및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임시국회가 15일 시작됐으나 첫날부터 국정개입 의혹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여야 의원들이 긴급 현안질문에서 험악한 발언을 주고받아 본회의장에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다. 이러다가 여야 지도부가 지난 10일 도출한 정국 합의문이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합의문은 경제 및 민생 법안을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하고, 국회에 공무원연금개혁특위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를 연내 구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합의는 구체성이 결여돼 추가 협상이 필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각종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위험 요소가 많다는 이유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하겠다는 생각인데 반해 새누리당은 자원외교 국조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원외교 국조의 범위를 놓고도 새정치연합은 이명박정부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새누리당은 과거 모든 정부의 자원외교를 체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여야를 떠나 국회가 당연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에 매몰돼 다른 국정현안 처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은 당장 시동을 걸지 않으면 실기할 수도 있는 시급한 과제다.

국정개입 의혹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지만 일단 검찰 수사에 맡길 수밖에 없다. 검찰이 대통령의 동생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다. 수사 결과가 부실하다고 국민 다수가 판단할 경우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야당은 이번 기회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 치명상을 입히겠다는 전략인 듯하나 어떤 경우에도 국리민복을 외면하면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