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일각에서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을 폐지하고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당의 정치후원금 모금을 다시 허용하자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될 일이다.
정당 후원금 모금이 금지된 것은 2004년 3월 정치자금법(일명 오세훈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200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대기업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드러나 이른바 ‘차떼기당’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불법 정치자금을 원천 차단하자는 게 법 개정의 취지였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정당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정당의 정치후원금 모금을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자발적 정치 결사체인 정당에 국비를 지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정당의 재정자립도를 가능케 해야 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또 현재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이 회계감사도 제대로 안돼 대표 활동비나 접대비 등으로 쓰이는가 하면, 정책개발비에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그동안 정치권 내에서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하지만 정당후원금 부활로 인한 폐해는 ‘차떼기당’ 사태에서도 보였듯 현재 우리 정치나 사회 구조로 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경유착의 심화 가능성이다. 음성적인 금권정치의 폐해가 도진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구조가 더욱 강해지는 게 우리 현실이다. 대가를 바라는 기업들의 돈이 불법적으로 흘러들어가거나 후원금의 여당 쏠림이 두드러질 수 있다.
또 각종 협회나 대기업 노조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이 최우선인 기관이나 단체들이 후원금을 들이대며 정당을 압박할 수 있다. 정당후원금이 아니더라도 이미 개별 후원금 등으로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을 자신들의 이익에 굴복시키려는 사례는 더없이 많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집행부가 선관위에 정치후원금 기탁을 거부키로 한 것은 이 같은 사례의 단면이다. 반대로 후원금을 매개로 유착될 가능성도 높다. 정당후원금 부활은 국민 정서와도 동떨어져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와 계층 간 갈등이 심해져 있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에 대한 느슨한 회계감사는 개선돼야 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3년 국고보조금 총액은 379억원이다. 새누리당이 173억원(45.8%), 민주당이 158억원(41.7%)이고 나머지가 통합진보당(27억원), 정의당(20억원)으로 배분됐다. 정당 수입 중 당비는 10% 안팎이다. 정당이 쓰는 비용 항목 중에는 선거비용, 기본경비, 정책개발비, 조직활동비와 ‘그 밖의 경비’가 있다. ‘그 밖의 경비’는 사실상 용처를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정당후원금 모금은 작금의 현실에서는 부당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는 보완돼야 할 제도이지 정당후원금으로 대체될 제도가 아니다.
[사설] 정당후원금 부활은 ‘차떼기당’ 추억의 재연일 뿐
입력 2014-12-1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