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 5일 PC와 모바일의 뉴스 검색 정책과 서비스를 개편했다. 2013년 4월 뉴스스탠드를 도입한 지 1년8개월 만에 뉴스 유통 플랫폼에 대수술을 단행한 것이다. 주요 개편 내용은 PC상의 뉴스 검색 결과의 클러스터링(Clustering) 배열 방식 도입과 검색 제휴사들에 대한 모바일 문호 개방, 두 가지다. 클러스터링은 특정 키워드(예, 조현아&사과 쪽지)로 검색된 뉴스 가운데 키워드에 가장 근접한 기사 세 개를 한 묶음으로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관련기사 전체보기’ 형태로 한 번 더 클릭해야 볼 수 있다. 여기엔 일정한 규칙 조합의 비공개 알고리즘이 작동된다. 이 때문에 트래픽 상승을 노린 언론사들의 고질적인 어뷰징(Abusing·동일 또는 유사 기사의 반복 전송 행위)이 상대적으로 설 자리가 좁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신 네이버는 PC 검색 제휴 매체들에 모바일 검색 서비스 문호를 개방, 반발을 사전에 차단한 모양새를 취했다. PC에서 줄어들 조회수를 모바일에서 만회시켜준 셈이다. 기사 콘텐츠 제휴 매체와는 별도로 네이버와 PC 검색 제휴를 맺고 있는 300여개 군소 매체들은 모바일 진출의 길이 열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뷰징 경쟁이 줄어들고 양질의 기사가 이용자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양질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언론사에도 긍정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들도 더욱 쉽게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뉴스를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을 도모했고 어뷰징으로 인한 불만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비공개가 불신·부작용 더 조장
이처럼 얼핏 보기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개편 같지만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네이버는 구글이나 다음과는 달리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개할 경우 언론사들이 알고리즘을 역이용해 트래픽을 높이는 어뷰징 기술을 개발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네이버의 주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비공개로 인해 부작용과 혼란도 적지 않게 예상된다. 검색 결과 노출되는 대표 기사의 선정 기준을 놓고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고 언론사와 사용자들에게 불신을 조장할 공산이 크다. 벌써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럴 바엔 차라리 공개하되 알고리즘을 악용하는 매체에 대해선 단호한 퇴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대의에 부합한다.
더 큰 문제는 네이버가 말로는 언론과의 대등한 ‘관계’라고 주장하지만 중대한 정책과 서비스를 개편할 때마다 일방통행식이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부터 클러스터링 도입을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언론사들과의 공개 토론의 장을 마련하지 않았다. 뉴스스탠드를 도입할 때도 그랬다. 낚시성 제목과 선정적 기사 만연을 오로지 언론 탓으로 돌리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내세워 밀어붙였다. 그 결과 트래픽 급감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언론들은 조회수 만회를 위해 어뷰징에 빠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었다. 반면 네이버는 순방문자와 트래픽 증가라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겼다.
언론사 트래픽 유입 경로의 80%가량이 포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네이버의 행태는 ‘갑질’과 다를 바 없다. 한국신문협회는 최근 발간한 ‘국내외 미디어 동향’에서 “비공개 알고리즘을 통한 클러스터링은 언론유통 플랫폼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모바일상에서도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포털도 언론과 ‘공동 책임’ 경청해야
생산(언론)-유통(플랫폼)-소비(사용자)의 3자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온라인 뉴스 생태계는 교란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최근 발간한 ‘인터넷 공간에서 기사 어뷰징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사용자의 78.6%가 어뷰징에 대해 포털과 언론의 공동 책임이라고 답변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어뷰징은 언론사의 자정 노력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네이버의 인식과는 상반된다. 사용자의 목소리마저 외면하진 말아야 할 것이다.
정재호 편집국 부국장 jhjung@kmib.co.kr
[돋을새김-정재호] 네이버 알고리즘 공개하라
입력 2014-12-1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