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임원 자리는 직장인의 꿈이다. 흔히 ‘별’로 불린다. 해마다 수많은 신입사원이 입사하지만 임원까지 이르는 길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험난하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1000명 중 임원까지 승진한 사람은 4.7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뚫고 등극하지만 연말 인사철이 되면 별들은 떨고 있다. 실적에 따라 구조조정의 1차 타깃이 될 뿐 아니라 자칫 조그만 실수로 파리 목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 평균 재직기간은 6∼7년=국민일보가 삼성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혹은 계열사) 7곳 임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에 대해 조사한 결과 평균 재직기간이 짧은 곳은 5년, 긴 곳은 9년 정도였다. A기업의 경우 지난해 퇴직한 임원 재직기간이 평균 4년10개월에 그쳤다. 반면 임원 재직기간이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된 B기업의 퇴직임원 재직기간은 평균 8∼9년이었다. 그 외 나머지 기업들의 임원 재직기간은 6∼7년 정도가 가장 많았다. C기업의 지난해 퇴직임원 근속기간은 6.1년, D기업은 6.4년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기업에서도 연도별로 임원의 근속기간 차이가 발생했다. F기업은 2013년 퇴직임원 평균 근속기간은 6년3개월, 올해 퇴직한 임원의 근속기간은 7년10개월로 비교적 차이가 컸다. 임원이 된 이후에도 단계별 승진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G기업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비율이 26%에 그쳤고, 기간도 평균 6년이 걸렸다.
◇때론 파리 목숨=임원의 삶은 살얼음판 위를 걷듯 아슬아슬한 경우도 많다. 임원이 됨과 동시에 비정규직 신세가 되기 때문에 언제 계약해지를 당할지 알 수 없다.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하면 자동 해임되고, 회사에서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했다가 인사발표 당일에서야 해임된 사실을 아는 임원도 많다.
임원은 또 회사 실적이 악화되거나 구조조정 얘기가 돌면 가장 먼저 타깃이 된다. 사업 실적에 대한 1차 책임이 있고,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약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급락하면서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 모바일·무선(IM)사업부의 경우 200명에 달하는 임원 중 최소 10% 이상 감축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올 들어 3조원가량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도 임원 수를 31%나 줄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임원 승진 후 1년 만에 그만두는 사람이 20∼30% 정도”라며 “조그만 실수가 있거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사직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전무급 이상은 돼야 퇴직 후 노후 보장=전무급 이상은 통상 기업에서 2∼3년 정도 예우 기간을 둔다. 자문역이나 상담역을 맡겨서 사무실과 비서는 물론 차량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 기간 퇴직 전 받던 연봉의 50∼80% 정도 받게 된다. 하지만 이사, 상무 등 초임 임원은 회사를 떠나도 별다른 혜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원들이 퇴직 후 계열사에 취업하도록 돕거나 관련 업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곳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임원들에 대한 대우는 퇴직 당시의 상황이나 회사의 경영실적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재직기간 중 임원의 기여도가 퇴직 후 대우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대기업 임원 자리는 별따기… 연말엔 ‘벌 벌’
입력 2014-12-16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