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최고의결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15일 30분간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평당원협의회(새평협) 회원 20여명이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회의장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새평협 임홍채 상임대표는 “면담도 요청했고, 공문을 보내 당원 뜻을 전달하고자 했음에도 저희 말을 묵살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흥분한 회원들은 “배지만 달고 콧구멍만 파고 있는 놈들 다 솎아내겠다” “족보도 없는 자들이 가슴에 배지만 달고 뭐 하는 거냐”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당에서 자신들의 기자회견이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새평협 언론통제’를 들어본 적 없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순간 실소가 나왔다. 이들은 결국 ‘전당원투표제 실시’ ‘작위적 컷오프 배제’ ‘비대위원 전원 사퇴’ 등을 담은 성명서를 낭독한 뒤 면담 약속을 받고서야 회의장을 떠났다.
회의실 밖에서 30분간 기다리던 문 위원장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반대 의사를 밝힐) 자유는 존중하지만 책임은 묻겠다. 그래야 당이 있고 규율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윤리위는 그래서 있는 것”이라며 윤리위 차원에서 책임을 물을 것임을 시사했다.
제1야당 내부의 이런 소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소란이 있기 전 의원들 사이에선 “지역에서 한 팀 정도 올라올 때가 됐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당 내부에서는 아무리 난리를 부려도 지도부가 바뀌면 전부 ‘옛일’이 돼버리는 부정적 ‘학습효과’가 만연해진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30재보선 때는 서울 동작을 공천에서 배제된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수일간 당 대표실을 점거했다. 그는 급기야 국회 정론관에서 생중계된 기동민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장에 난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허 위원장은 별다른 징계 없이 지난달 경선을 통해 지역위원장에 선정됐다.
당 관계자는 “당에서 지켜보고만 있으니 구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당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많은 사람이 지켜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승욱 기자applesu@kmib.co.kr
[현장기자-최승욱] 평당원 난입·막말… 난장판 된 野 비대위
입력 2014-12-16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