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국제 원자재 가격 2009년 이후 최저… 경기 회복 지지부진에 ‘디플레이션 공포’

입력 2014-12-16 02:07

국제유가 급락과 달러 강세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기업의 생산비용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세계경제에 긍정적이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선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불안 요소가 되기도 한다.

국제 원자재가격지수인 CRB지수는 지난 12일 243.75까지 하락했다. 이는 2009년 7월 29일 243.55 이후 5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에너지·농산물·금속 등 19개 품목으로 구성된 CRB지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말 280.17이었던 지수는 올해 상반기 말 308.22까지 올랐으나 하반기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강세를 나타냈으나 하반기 들어선 중국 실물경기 둔화와 유로존 디플레 우려 등으로 수요 기대가 크게 약해진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달러 강세가 심해지면서 에너지 가격 중심으로 급락한 것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서지영 연구원은 “저성장 고착화 우려 속에 상품시장은 10년여의 슈퍼 사이클(강세)을 끝내고 약세 주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서 연구원은 현재의 가격 수준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면 글로벌 디플레 우려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유가가 올해 상반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주요국의 물가지수가 일제히 마이너스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유가 폭락 영향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신용평가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4∼10일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 10억 달러 이상이 이탈했고, 신흥국 주식형 펀드는 4주 연속 순유출을 나타냈다. 주요 신흥국의 외화 표시 국채 5년물 기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퍼졌던 연초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CDS는 채권 발행국이나 기업이 부도를 내면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여기에 붙는 가산금리인 CDS 프리미엄이 올라가면 부도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국제금융센터 이지현 연구원은 “유가 하락의 배경에 달러 강세가 있고 디플레 우려도 있어 신흥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