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기돈] 연령관리 전략 필요하다

입력 2014-12-16 02:20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맞물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3704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어 2050년에는 2535만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 같은 고령화와 노동력 공급 감소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2013년 법제화한 정년연장 의무화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할 경우 기업은 장년 근로자의 비중 확대와 연령구조 다양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연령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경영 전략, 즉 기업의 연령 관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령 관리란 장년 근로자가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기업의 경제적 성과에도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경영 전략이다. 핀란드에서는 이 같은 연령 관리 전략을 지난 30여년간 시행해 왔다. 이를 통해 얻은 시사점은 개인, 기업, 경영진의 노력에 따라 40대 중반의 작업능력이 정년퇴직 때까지 유지될 수 있고, 설사 일시적으로 낮아지더라도 U자형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세계적 기업들과 유럽연합에서도 연령 관리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이 관리 전략의 핵심 수단은 건강·산업안전 정책, 작업장 정책, 인사·숙련 정책이다.

우선 장년 친화적 일터 만들기가 연령 관리의 기본이다. 장년의 건강과 체력에 적합한 인체공학적 작업환경 조성과 직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채용에서 퇴직까지 단계별로 요구되는 역량과 당사자가 가진 보유 역량의 차이를 파악해 훈련·보상을 연계하는 것이다. 퇴직에 임박해서는 전직을 지원하는 등 직업생애 전체적 관점의 역량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지식·숙련 전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령 혼합형 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숙련 근로자의 퇴직과 신규 채용자의 미숙련 사이에서 발생할 숙련 공백을 메울 방안이다. 최종적으로 연령 관리 전략의 성과는 리더십에 따라 결정된다.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지원은 물론 노조를 포함한 전사적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에서 확인되듯 연령 관리는 장년 근로자는 물론 기업과 거시경제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 출발점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장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장년은 다 쓰고 버리는 폐기물이 아니라 주요 인적 자원이라는 인식이 제도화돼야 한다. 직업생애에 걸친 건강증진과 산업안전의 일상화, 점진적 퇴직제 등 생애근로시간 연장 등이 주요 골자다.

일단 다양한 변화가 발생하는 45세를 전후로 생애경력 설계 기회를 제공해 장년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둘째로는 조기 퇴직이나 임금삭감 같은 비용절감 전략 대신 직무급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포괄적 연령 관리 전략을 시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지원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연령구조와 작업능력 분석 도구를 보급해 편견이 아닌 과학에 근거한 경영을 지원해야 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작업능력의 평균은 하락하지만 이는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적 네트워크 등 장년의 일부 작업능력은 청년보다 우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년의 약점보다 장점 찾기, 장년과 청년이 함께 일하는 세대 간 상생고용 등 기업문화 및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연령 관리를 통해 장년 고용이 촉진되면 정년연장의 실효성은 높아지지만 청년 고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령 관리의 목표는 특정 연령대의 차별이나 우대가 아니라 연령을 경영의 변수에서 삭제하는 것이다. 나이 탓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이 부당한 반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각종 혜택을 누리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업의 연령 관리 전략이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연구개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