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토크 콘서트’ 논란 신은미씨 경찰 출석 “조사받아 황당… 보안법 위반 생각 안해” 주장

입력 2014-12-15 04:53
‘종북 콘서트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두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종북 콘서트’ 논란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53)씨가 14일 경찰에 출석해 7시간에 걸쳐 조사받았다. 신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 콘서트장에 인화물질을 던진 고교생은 구속됐다.

오후 2시58분쯤 변호사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한 신씨는 20여분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이렇게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된 상황이 황당하다”고 했다. 그는 “교회나 대학에서 여러 차례 똑같은 강연을 하고 내 책에 있는 내용을 말했는데 왜 ‘종북 콘서트’라고 이름이 붙여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법을 어긴 일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국가보안법에 걸린다고는 양심에 손을 얹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발언 도중 울컥하는 듯 몇 차례 말을 멈추기도 했다.

신씨는 황 전 부대변인과 함께 지난달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연 ‘평화통일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의 3대 세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경찰은 신씨가 강연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을 ‘행복’ ‘평화’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묘사한 것을 두고 북한 체제를 찬양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3대 세습을 옹호한 부분이 있는지를 검토했다. 신씨의 북한 여행 행적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경찰은 20일까지 신씨의 출국을 정지시킨 상태다. 2차 조사는 15일 오후 6시로 예정됐다.

미국 시민권자인 신씨는 보수 기독교 목사이자 자유당에서 활동했던 할아버지와 한국전쟁 당시 장교를 지냈던 육군사관학교 출신 아버지 밑에서 컸다.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성악가 생활을 이어나가던 중 2011년 10월부터 총 5차례 북한 땅을 밟았다. 이후 한 온라인 매체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의 방북기를 연재하고 이를 책으로 펴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이 책을 우수문학 도서로 선정했고, 통일부는 홍보 영상에 신씨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신씨는 황 전 부대변인과 함께 “북한의 실상은 탈북자들 등에 의해 알려진 것처럼 열악하지 않다”는 취지의 강연을 주로 해 왔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지난 10일 신씨의 토크 콘서트장에서 황산이 든 양은냄비와 번개탄에 불을 붙인 뒤 던져 관객 2명을 다치게 한 혐의(폭발성물건파열치상 등)로 오모(18)군을 구속했다. 오군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극우 성격이 강한 사이트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수 단체에서는 오군을 옹호하는 집회와 모금운동을 벌여 1300여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