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수사]“유출 핵심고리 끊겨”… 원점서 입증 재검토 불가피

입력 2014-12-15 04:18 수정 2014-12-15 09:59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인 자격으로 소환돼 조사받은 뒤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웃으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검찰이 청와대 문건을 세계일보 측에 건넨 인물로 지목했던 최모(45) 경위가 자살하면서 문건 유출 수사는 급제동이 걸렸다. 최 경위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포 혐의를 줄곧 부인했었고, 세계일보는 문건 제공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핵심 고리’에 대한 추가 조사가 차단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출 ‘고리’가 끊겼다=검찰 한 간부는 14일 “(최 경위 자살은) 안타깝다. 그러나 기존 판단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관천(48)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반출한 100여건의 문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한모(44) 경위가 무단 복사했다는 데까지는 입증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경위는 이 중 일부 문건을 세계일보 기자에게 넘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전화통화 내역 분석 등을 통해 최 경위와 세계일보 조모 기자가 수차례 통화하고 직접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양쪽 회동의 배후로 박 경정을 의심하고 있다. 당시 자리의 대화 녹음파일은 이후 박 경정과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거쳐 6월 초 청와대에도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경위 등을 상대로 실제 문건이 오갔는지, 회동의 성격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집중 수사했다. 그러나 최 경위는 지난 11일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문건 유출 혐의를 부인했다.

◇檢 ‘조급증’이 화 불렀나=검찰은 최 경위가 유서에서 한 번도 ‘검찰’을 언급하지 않은 점에 일단 안도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촉구한 것이 검찰의 조급증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최·한 경위에 대해 지난 10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범죄혐의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신변을 최대한 빨리 확보한 뒤 자백을 받아내려 했던 ‘압박 전략’은 이때부터 어긋났다.

검찰은 최 경위가 사망했지만 그간 확보한 물증만으로 문건 유출 경로를 밝히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청와대 문건이 어떤 경로로, 왜 세계일보까지 넘어갔는지를 알고 있는 핵심 참고인이 사라지면서 수사가 미완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지만 회장 ‘역할’ 규명되나=검찰은 박지만(56) EG 회장에 대한 조사 카드도 꺼냈다. 세계일보는 지난 5월 조 전 비서관의 주선으로 박 회장을 만나 100여장 분량의 문건을 건넸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에게 “박 회장 부부와 주변 인사 동향보고 등이 시중에 나돈다”는 보고를 받고 박 회장 측에 보고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등이 이 문건들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의도를 수상쩍게 생각한다. 박 회장 부부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을 보여줘 정윤회(59)씨 등 비선라인을 견제하는 데 박 회장을 끌어들이려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박 회장의 입을 통해 당시 상황과 사실관계를 설명 들어야 문건 유통 전모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윤회의 박지만 미행설’ 등 권력 암투의 단면이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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