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 기자 신분을 밝히자 일부 유가족이 천천히 팔을 들어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창백한 얼굴과 붉고 축축한 눈에는 슬픔과 황망함, 경계와 원망이 뒤섞여 있었다. 빈소에는 아직 영정사진이 걸리지 않았고, 최 경위 시신은 강원도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 중이었다.
빈소로 이어지는 식당 오른편에는 한눈에도 경찰관으로 짐작할 수 있는 남성 10여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정보1분실 직원 등이었다. 최 경위와 2년 정도 같이 근무했다는 직원은 “좋은 후배를 잃어 마음이 아프다. 최 경위 아내를 무슨 낯으로 대하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례식장 밖에서 만난 다른 정보1분실 직원은 심경을 묻자 눈물만 흘렸다. 1분실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아꼈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낮 12시쯤 장례일정 등이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최 경위의 세례명은 교황과 천사 이름을 합친 ‘첼레스티노가브리엘’이었다. 아내의 권유로 최근 세례를 받았고 아내도 기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미사를 마친 교인들은 하나둘 장례식장을 찾았다. 최 경위와 친분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안내문을 보던 중년 남성은 “고인은 모르지만 자매(최 경위 아내)를 안다”고 했다.
원주에서 부검을 참관했던 친형 A씨와 외사촌 등은 오후 4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2시간 뒤 이들은 유서 14장 중 가족에게 남긴 내용을 뺀 8장의 사본을 취재진에게 배포했다. A씨는 “저희는 유서를 언론에 공개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 써가면서 살았기에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정라인에서 회유한 내용이 있을 거다. 그런 걸 잘 살펴보시라”고 강조했다. 최 경위의 어머니는 이날 저녁 빈소에서 실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날 밤 시신이 옮겨진 경기의료원 이천병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동생이 너무나 억울하게 누명을 썼고 그 압박감에 세상을 떠난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비난했었다.
장례 미사는 16일 오전 8시30분 치러진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해 절두산 순교성지 ‘부활의 집’에 안치할 예정이다.강창욱 양민철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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