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은 1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트 14장 분량의 유서 가운데 가족에게 남긴 말을 제외한 8장을 공개했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한 경위를 향해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당연히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고 했다.
최 경위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민정수석비서관실 파견 경찰이 한 경위에게 혐의를 인정하면 선처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경위의 친척 A씨는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최 경위로부터 ‘영장실질심사 때 한 경위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 경위가 검찰 조사에선 (최 경위의) 혐의를 인정했다가 실질심사에서 번복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한 경위는 박관천(48) 경정이 정보1분실에 가져다 놓은 서류를 복사해 유출한 혐의를 인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도 한 경위와 접촉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제안도 없다”고 말했다.
최 경위는 유서에 ‘BH(청와대)의 국정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조선일보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아가 너무 힘들게 됐다’고도 썼다. A씨는 “최 경위와 통화할 때 ‘세계일보가 가진 문건 얘기를 듣고 관련 내용으로 보고서를 썼는데 오히려 내가 유출범으로 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최 경위의 형(56)도 “청와대·검찰·언론의 퍼즐 맞추기에 동생이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 경위는 정보1분실 동료들을 향해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고 적었다. 경찰 조직에 대해선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최 경위는 13일 오후 2시30분쯤 경기도 이천의 누나 집 인근에 세워둔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천=황인호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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