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수사] 靑 민정비서관실 한 경위 회유 암시

입력 2014-12-15 04:51 수정 2014-12-15 09:54
14일 공개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의 유서. 동료 한모 경위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이라고 했고(왼쪽), 16년 동안 일해도 ‘대출 끼고 전세 사는’ 경찰 공무원의 현실과 ‘힘없는 경찰 조직’에 대한 심경도 드러냈다. 곽경근 선임기자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가 함께 수사받던 한모(44) 경위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회유했음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경위는 영장실질심사 때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최 경위는 자살 전날인 12일 변호사와 만나 상의하다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유가족은 1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트 14장 분량의 유서 가운데 가족에게 남긴 말을 제외한 8장을 공개했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한 경위를 향해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당연히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고 했다.



최 경위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민정수석비서관실 파견 경찰이 한 경위에게 혐의를 인정하면 선처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경위의 친척 A씨는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최 경위로부터 ‘영장실질심사 때 한 경위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 경위가 검찰 조사에선 (최 경위의) 혐의를 인정했다가 실질심사에서 번복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한 경위는 박관천(48) 경정이 정보1분실에 가져다 놓은 서류를 복사해 유출한 혐의를 인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도 한 경위와 접촉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제안도 없다”고 말했다.

최 경위는 유서에 ‘BH(청와대)의 국정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조선일보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아가 너무 힘들게 됐다’고도 썼다. A씨는 “최 경위와 통화할 때 ‘세계일보가 가진 문건 얘기를 듣고 관련 내용으로 보고서를 썼는데 오히려 내가 유출범으로 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최 경위의 형(56)도 “청와대·검찰·언론의 퍼즐 맞추기에 동생이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 경위는 정보1분실 동료들을 향해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고 적었다. 경찰 조직에 대해선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최 경위는 13일 오후 2시30분쯤 경기도 이천의 누나 집 인근에 세워둔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천=황인호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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