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수사] 사건 주역 조응천-박관천-세계일보-청와대

입력 2014-12-15 04:30 수정 2014-12-15 10:25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 파문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경정, 언론사, 청와대 간 이해관계와 엇갈린 대응이 빚어낸 결과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른바 청와대와 전직 청와대 비서관 및 행정관, 언론사 ‘4자’의 이해관계가 때론 맞물리고 때론 어그러지면서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증폭되고 있다.

우선 청와대가 잠정 결론내린 관련 문건 작성 및 유출의 핵심에는 조 전 비서관이 있다. 그가 관련 문건의 작성 및 유출 과정에 모두 개입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청와대는 특히 지난 6월 초 조 전 비서관이 오모 전 행정관을 통해 유출된 문건 사본 128장과 유출경위서 등을 청와대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 자신이 유출 진원지로 지목되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보고 있다. 물론 조 전 비서관은 이런 청와대의 감찰 결과를 극구 부인한다. ‘문건 유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일 뿐 청와대가 책임 회피를 위해 자신을 옭아맨다는 것이다.

다만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이 실제로 청와대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그동안 조 전 비서관이 ‘제3의 인물이 몰래 유출했다’고 주장한 것은 박 경정의 문건 출력, 유출 사실을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이 그에 앞서 지난 5월 문건을 입수한 세계일보 기자와 박지만 EG 회장을 만나게 해준 배경은 석연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지만 청와대는 무언가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건은 박 회장 및 부인 서향희 변호사의 동향과 이들 부부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언급한 내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이 굳이 박 회장을 통할 이유가 없는데 그를 통한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또 입수한 유출 문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박 회장에게 이를 전달했다는 세계일보의 논리도 명쾌하지 않다. 세계일보는 지난 4월 ‘청와대 비위 행정관 원대복귀’에 이어 지난 7월 ‘최모 비서관 비위 의혹’ 등 문건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은 보도하면서 더욱 파급력이 큰 박 회장 관련 문건은 왜 다시 청와대로 돌려주려 했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대목이다.

어찌됐든 파문이 이렇게까지 확산된 원인으로는 청와대의 안일한 대응 역시 빠질 수 없다. 청와대는 문서 유출 상황을 인지한 지난 4월과 오 전 행정관이 유출 문건 사본을 보고한 6월 내부 감찰을 벌였지만 일부 인사 교체, 대기발령 등을 제외하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11월 28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에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언론사와 기자 고소 등 강경 대응만 해 현재 파문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15일로 예정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떤 언급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건 유출에 관련됐던 최모 경위의 사망 등 변수가 생긴 만큼 어떤 식으로든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별도 언급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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