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니 고통이 뒤따랐다. 내가 인도하던 베데스다어머니회 엄마들 역시 내가 더 이상 베데스다 아이들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장애 아이들을 보면 조지프가 떠오를 테니 자연스레 이 모임을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조지프가 떠난 뒤 내게 ‘지금까지는 장애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세상의 모든 장애 아이들을 아들로 생각하며 살라’는 마음을 불어넣어 주셨다.
정말 신기했다. 그때부터 장애 아이를 보면 내 아들처럼 느껴졌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조지프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이 못다 이룬 일을 완수하려는 듯 장애인을 위한 일에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한마음으로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위한 커피숍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커피숍 이름의 첫 글자는 조지프의 ‘조(Joe)’와 커피를 뜻하는 속어 ‘조(joe)’에서 따왔다. 그리고 ‘테이블(table)’의 알파벳 첫 글자인 ’티(t)‘가 십자가 모양이고 이어지는 글자가 ‘가능하다’는 뜻의 ‘에이블(able)’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조지프가 모든 능력을 주시는 십자가(t)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able)는 의미를 담아 조스테이블(Joe’s Table)이라고 지었다. 조스테이블의 설립 목적은 장애인에게 일터를 주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애인과 일반인을 함께 고용해 서로 도우며 협력하는 것을 고용 원칙으로 정했다. 판매 전략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 아닌 커피 맛의 우수함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2013년 6월 23일, 캐나다 밴쿠버 버나비 지역에 조스테이블 1호점을 열었다. 사람들이 커피숍을 찾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좋아서, 빵 맛이 특별해서, 커피 맛이 좋아서 찾아온다는 손님이 줄을 이었다. 특히 조스테이블이 생긴 유래를 전해 듣고 조지프의 꿈과 하나님의 손길에 감동받아서 찾아온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 전 한국에 조스테이블 2호점과 3호점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 신사옥 안 커피숍이 2호점이고,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사랑의교회 안 커피숍이 3호점이다.
나와 남편은 조스테이블이 4, 5, 6호점으로 계속되길 소망하고 있다. 캐나다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나아가 동포들이 사는 북한 땅, 그리고 예수님이 명령하셨던 땅끝까지 조스테이블이 들어가 장애인이 꿈을 펼치는 일터가 마련되길 기도하고 있다. 조스테이블을 방문하는 이들에겐 예수님의 사랑과 화해, 용서의 메시지를 받는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 천국에 있는 조지프도 자신과 같이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리라 생각한다.
조지프는 비록 장애를 갖고 살았지만 내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해준 아들이었다. 조지프를 키우지 않았으면 몰랐을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메시지를 아들을 통해 받게 됐으니 말이다. 조지프를 신앙으로 키우는 동안 남편은 41개의 직업전문대학과 2개의 종합대학을 운영하는 캐나다 최대의 교육그룹 PCV(옛 CGI)를 설립하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다. 나는 지난 3월 캐나다 장애인 지원 단체인 CLBC가 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와이드닝 아워 월드(WOW)상’도 받았다.
이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지금까지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국민일보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나님은 지금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 사랑을 알았으니 이제 너도 가서 지극히 작은 자를 사랑하며 섬겨라. 그 작은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나의 사랑을 전하라. 그들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정성자 (17·끝) “세상 모든 장애아를 아들로 여기며 살겠습니다”
입력 2014-12-16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