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후엔 노인성 황반변성 못지않게 소위 ‘눈 중풍’으로 불리는 망막혈관폐쇄증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망막학회(회장 김시동)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진료비 심사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4대 망막질환 증가추이를 조사한 결과 망막혈관폐쇄증 환자수가 2009년 2만9219명에서 2013년 3만9043명으로 무려 33.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같은 기간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는 10만884명에서 14만540명으로 39.3%가 늘었다. 망막혈관폐쇄증 역시 황반변성과 같이 50대 이후 장·노년층이 조심해야 할 눈병이란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조사결과 망막혈관폐쇄증은 2009∼2013년 사이 5년 동안 40대의 경우 환자수가 연평균 3300∼3400명 선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50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70대와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최고조에 이르러 각각 65.6%, 88.4%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고령인구가 증가할수록 망막혈관폐쇄증 환자수도 덩달아 증가한다는 뜻이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망막혈관폐쇄증 환자 수는 3만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60대가 전체의 30.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70대 29.4%, 50대 23.1%, 40대 8.7%, 80대 8% 순서다.
망막혈관폐쇄는 망막의 동·정맥이 뇌졸중과 같이 막히거나 파열돼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망막질환,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황반부)의 시세포가 퇴화하는 망막질환이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 면을 덮고 있는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빛을 감지해 사물을 볼 수 있게 하는 기관이다. 흔히 안과의사들이 망막질환을 노년기의 최고 실명위험 요인으로 꼽는 이유다.
망막혈관폐쇄증 위험도는 막힌 혈관의 종류, 범위, 정도에 따라 다르다. 보통 망막 내 중심 동맥과 정맥이 막히면 각각 망막중심동맥폐쇄증, 망막중심정맥폐쇄증이라 부른다. 망막주변 동맥과 정맥이 막혔을 때는 각각 분지(分枝)동맥폐쇄증, 분지정맥폐쇄증이라고 한다.
실명 위험은 망막의 중심을 지나는 동맥과 정맥이 막히는 경우가 가장 높다. 중심이 아닌 주변부로 지나는 분지동·정맥이 막히면 부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중심동·정맥 혈관이 막히면 갑자기 먹구름이 낀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중심부 시력이 떨어져 안 보이게 된다.
발병원인은 뚜렷하지 않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동맥경화 등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대사증후군이 있을 경우 발병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망막혈관폐쇄증을 한번 이상 경험한 사람은 심뇌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높으므로 심근경색증과 뇌경색증에 대해서도 철저한 경계가 필요하다.
대부분 신경조직으로 돼 있는 망막은 일단 손상되면 치료가 까다롭다. 죽은 신경을 되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안과를 방문, 최대한 빨리 막힌 혈관을 뚫어 혈류를 재개시키는 것이 상책이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혈전용해제나 혈액순환제를 사용하며 망막이 부은 경우 부기를 가라앉히는 주사치료와 함께 국소적으로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오현섭 원장은 “예방을 위해선 갑자기 혈압을 올릴 수 있는 과로, 분노, 스트레스, 흡연 등을 피해야 한다”며 “요즘과 같이 실내외 온도차가 심한 날씨도 혈관에 악영향을 줘 폐쇄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갈수록 느는 ‘망막혈관폐쇄증’] 갑자기 앞이 캄캄… 눈도 ‘중풍’ 걸린다
입력 2014-12-16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