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KB 사외이사, 진짜 ‘거수기’ 되나

입력 2014-12-15 02:10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동반 퇴진을 불러온 ‘KB사태’가 사외이사 전원 사퇴로 일단락된 데 이어 사외이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지배구조 개선도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문제가 생겼다고 함부로 사외이사 권한을 줄이는 게 맞느냐”는 지적과 “금융 당국이 사태의 책임을 KB 사외이사에게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교수에 편중된 사외이사 구성을 주주대표, 금융인, 기업인, 회계 전문가 등으로 다양화하고 사외이사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금융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KB 이사회는 경영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과 KB사태 수습 과정에서 무능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권한 축소가 사외이사를 진짜 ‘거수기’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하고 경영에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은 사전에 보고를 받은 뒤 논의될 만한 안건만 올리기 때문에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거수기로 오해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한이 축소되면 진짜 거수기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모든 사태의 책임을 KB 이사회 탓으로만 돌리는 듯한 금융 당국을 부정적으로 보기고 한다. 1차적으로 KB의 곪은 부분이 터진 것이지만 감독을 제대로 못한 당국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또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볼모로 이사진 사퇴를 사실상 압박한 당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민간 회사의 주주 권한을 침해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