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조응천(52·사진)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의 신빙성과 유출 경로에 대한 조 전 비서관의 발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묘하게 바뀌면서 사건의 핵심으로부터 일종의 ‘거리두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은 14일 국민일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동향보고는 조사 지시에 따른 조사보고서와는 달리 말 그대로 첩보를 수집한 동향을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에 비유하면 동향보고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아 기사화할 수 없는 정보보고에 불과하며, 이후 지시를 받아 조사한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야 기사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문건이 실제 모임에 참석해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 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인상이다.
이를 두고 조 전 비서관이 신빙성과 격상을 떨어뜨려 해당 문건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유출자로 지목하고 수사 중인 부하직원 박관천 경정과 자신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애초부터 문건 내용 중 60%가 사실이라 말한 적이 없다”며 “첩보를 받고 믿을까 말까 했을 때, ‘그럴 수도 있다’는 쪽으로 생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에 대해서도 “아직도 박 경정이 연극을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검찰 수사 결과가 반대로 나오니 나도 황당하다”고 했다. 그동안 박 경정이 아닌 ‘문건 도난설’과 ‘제삼자 유출설’을 주장하던 데서 입장이 바뀐 셈이다. 그는 앞서 세계일보 보도가 나온 직후 “민정수석실에 제삼자가 유출자로 지목된 보고서가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보고서는 조 전 비서관이 오모 행정관을 통해 청와대 측에 제출한 보고서인 것으로 본인이 뒤늦게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문건 유출에 대한 수사망이 박 경정과 그의 상관이었던 자신에게로 좁혀오자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박 경정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박 경정에 대해 “(문건을) 출력해서 메모로 작성해 간 것으로 알았다”며 “검찰 수사에서는 문건을 들고 나간 것으로 나오니 헷갈린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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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5 02:14 수정 2014-12-15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