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여성·노숙인·北 동포에 ‘십자가 사랑’

입력 2014-12-15 02:55

“아기를 좀 받아줄 수 있나요? 원치 않는 임신을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출산을 했어요.”(한 중국동포 여성)

22년째 외국인 노동자들을 섬기고 있는 김해성(지구촌사랑나눔 대표) 목사는 최근 몇 달 사이 이 같은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지난달 중순에는 스리랑카 남성과 캄보디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4개월 전쯤에는 한 병원 관계자가 중국 남성과 우즈베키스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버려졌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모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태어나 버려질 위기에 처한 아기들이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17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들 간 결혼과 동거, 출산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출산도 늘고 있다. 혼전 동거나 혼외 관계 등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경우에도 국내에선 합법적 낙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미혼모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한국 국적 취득이 불가능한 탓이다.

김 목사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순환로 강변교회(허태성 목사)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회장 김명혁 목사) 월례 발표회에서 이 같은 사연을 털어놨다.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이들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경험담이 눈길을 끌었다.

김 목사는 “저희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당하는 이주 여성들의 아픔에 동참하려 한다”면서 ‘이주여성 임신·출산·양육 위기지원센터’ 건립계획을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소·병원·학교 사역에 이어 버려지는 ‘이방인 아기들’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사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임명희(광야교회 담임) 목사는 ‘냄새’를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27년 간 노숙인 사역 현장을 누빈 그의 삶이 묻어났다. “나는 3평짜리 판잣집 예배당 안에서 풍기던 발 냄새와 산 사람에게서 나던 송장 썩는 것 같은 냄새, 죽은 아내를 끌어안고 지내던 남편의 방에서 나던 그 지독한 냄새를 잊을 수 없습니다. (중략) 십자가에는 죽음의 냄새뿐만 아니라 생명의 냄새도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죽음을 이기신 주님과 그 생명의 실체를 만납니다.”

북한 내 결핵치료를 지원하고 있는 유진벨재단의 스티브 린튼 회장은 “결핵에 걸린 북한 주민 19명에게 치료약을 전달하면서 시작된 사역이 내년이면 돌보는 환자 수만 1000여명에 달하게 된다”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작은 손길을 통해 말씀이 실재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한복협은 이날 노숙자 및 중국·탈북동포,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은퇴목회자 및 여교역자, 나환자 사역 단체에 사랑의 성금을 전달했다. 내년 첫 월례발표회는 다음달 9일 경기도 분당 한신교회(이윤재 목사)에서 열린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