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태 유탄 맞을라”… 가슴 졸이는 지자체 소속 예술단체들

입력 2014-12-15 03:12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왼쪽)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협연을 마친 뒤 첼리스트 지안왕의 손을 잡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박현정 대표와 정명훈 예술감독 간 ‘네 탓’ 공방으로 서울시향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립예술단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 지자체의 교향악단 관계자는 14일 “서울시향 사태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연단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막말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정 감독이 개인 일정을 위해 서울시향의 공식 일정을 변경하고, 개인 재단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고 폭로했다. 또 정 감독 아내가 집수리를 하는 동안 머물 호텔비까지 요구했다고 했다. 이런 주장으로 인해 국민들이 다른 교향악단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 감독이 오케스트라 저변 확대에 노력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 지역 시향 관계자는 “서울시향이 정 감독을 영입하고 질 좋은 공연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오케스트라에 관심이 없었던 시민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일로 지자체 교향악단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퍼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시향도 있다. 몇몇 시향의 경우 내년도 후원회원 모집 참여율이 예년보다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으로 고액연봉을 받는 이들이 밥그릇 싸움까지 벌인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표는 서울시향 직원 초봉이 연 3000만원인데다, 실력과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오른다고 지적했다. 정 감독은 지휘 한번에 4900만원, 10년간 140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클래식 확산을 위해 애써 온 지자체와 교향악단들의 노력이 도매금으로 폄훼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지방 교향악단 단원들은 연봉 1500만∼2000만원을 받고도 주민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지자체와 예술감독도 꾸준히 대화하며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향의 경우 연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대진 예술감독과 지난 달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 감독은 예정된 공연을 진행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은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왕과 ‘정명훈과 지안왕’을 협연했다. 공연을 보고 나온 주부 강주희(48)씨는 “문제가 있다고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또 26, 27일 각각 ‘정명훈의 합창 교향곡’과 ‘정명훈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 공연을 갖는다. 정 감독은 27일 공연에 앞서 피아노 리사이틀도 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