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가마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을 자랑하려고요.”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지난 11일 오후 한 할머니가 강원도 양구군청 부속실을 찾아 가슴속에 품고 있던 편지 한 장을 직원에게 건넸다. 이 할머니는 “감사의 글을 군청 홈페이지에 올리고 싶은데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직접 가져왔다”고 말했다.
군청을 찾은 최윤애(63)씨가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편지에는 양구군청 의회사무과 직원 원종배(55·사진)씨가 지난 8년 동안 최씨 부부에게 베푼 선행이 담겨 있었다.
최씨는 편지 글에서 “(각종 질병으로 몸이 불편한) 남편은 숨쉬고 먹고 잠자는 운동이 전부고, 저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정부에서 주는 수급비 50만원이 전부”라며 “올해도 여지없이 연탄 1000장과 쌀, 고기 등을 보내오셨다. 명절 때는 저희가 호강하는 날이고, 벌써 8년째”라고 적혀있었다.
최씨는 또 “둘이서 자살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도와주시는 원종배님 생각에 더욱 힘을 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우리는 이분에게 보답할 길이 없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의 칭찬 한마디가 보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원씨는 “8년 전 남면사무소에 근무할 당시 공공근로사업을 하던 최씨와 멘토·멘티 결연을 했는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할머니가 군청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고 이렇게 알려져 쑥스럽다”고 말했다.
양구=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할머니의 편지 한통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입력 2014-12-15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