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속 대한항공… 오너체제 흔들

입력 2014-12-15 02:10 수정 2014-12-15 10:50

대한항공이 ‘땅콩 회항’ 파문 확산으로 15년 만에 오너 체제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조양호(65) 회장의 사과와 조현아(40) 전 부사장의 사퇴·사과로 여론이 가라앉기를 바라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일각에서는 15년 전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이 퇴진했던 위기 상황까지 거론된다.

대한항공은 1997년 225명이 숨진 괌 추락사고, 1999년 9명이 숨진 상하이 화물기 추락사고 등을 잇달아 겪었다. 상하이 추락사고 직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대한항공 지배체제를 비판하자, 조중훈 회장이 회장 직을 사퇴하고 조양호 당시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 대외업무만 하는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조양호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였지만, 대한항공은 2000년대 들어 안전과 서비스 강화,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 왔다.

‘땅콩 회항’ 논란 확산으로 대한항공이 제2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고질적인 전횡과 지배구조 탓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온 대한항공 3세들의 후계 구도 변화도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둘째인 조원태(39)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을, 막내딸인 조현민(31) 대한항공 전무가 진에어 등 저비용 항공 사업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주요 보직뿐 아니라 호텔사업본부 총괄부사장 등 모든 보직에서 사퇴함으로써 이러한 후계 구도는 이미 깨졌다.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25세로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한 이후 6년 만에 상무보가 됐고, 올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사장은 34세인 2009년 전무 승진을 거쳐 지난해 대한항공 부사장 겸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가 됐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 인사에서 이들의 사장 승진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다. 여론 악화에 따라 조 회장은 사과 기자회견에 이어 새로운 조치들을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 여기에 조 부사장도 과거 도로에서 시비가 붙은 70대 할머니를 밀어 넘어뜨린 사건과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폭언한 사건 등이 다시 부각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분구조를 보면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 32.24%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조 회장이 15.49%, 조 전 부사장이 2.48%, 조 부사장이 2.48%, 조 전무가 2.47%를 각각 보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14일 “다른 재벌기업들에 비해서도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라며 “지배구조 자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지만, 개인의 문제가 너무 확대돼 대한항공 전체를 매도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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