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사랑의 리퀘스트’ 폐지 논의에 “존속시켜라” 분노의 리퀘스트

입력 2014-12-15 02:59
KBS ‘사랑의 리퀘스트’ 진행자 백승주(38)·최동석(36)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있다. 사랑의 리퀘스트 홈페이지

[친절한 쿡기자] 무려 17년 동안 우리 곁에 함께 했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에 같이 울던 기억도 납니다. 매주 토요일 KBS 1TV에서 방송되는 ‘사랑의 리퀘스트’ 이야기입니다. 전화 한 통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응원을 건네던 이 프로그램이 폐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사랑의 리퀘스트가 종영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KBS가 2015년 1월 대개편을 앞두고 사랑의 리퀘스트의 폐지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리퀘스트는 KBS의 대표적인 공익 프로그램입니다. 소년소녀가장이나 결식아동, 장애인,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등의 사연을 전하고 시청자들에 기부를 호소했습니다. 그 덕에 많은 사람이 한 통화에 2000원이란 돈으로 이웃에 관심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첫 방송을 했던 1997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집계된 모금액만 830여억원입니다. 이 돈으로 4만5000여명이 희망을 얻었습니다.

사랑의 리퀘스트 폐지 보도에 KBS 측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대응했습니다. 이어 “여러 변수가 있다”며 “오는 17일 KBS 개편설명회에서 폐지 결정 여부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교양국 쪽에서 사랑의 리퀘스트 후속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뒤였습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말 아쉽다. 서민의 고통을 알려주는 방송인데” “의미 있는 것보단 돈 되는 걸 하겠다는 거지” “과연 국민의 방송이 맞나 싶네요. 수신료 인상하기 전에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해 볼 노릇” “이런 프로그램도 결국엔 시청률이구나” “폐지설 뜨고 방송국은 매번 ‘결정된 것 없다. 사실무근’이라 해놓고 폐지 안 하는 꼴을 못 본 것 같아요. 교양프로그램이 점점 사라져 가네요”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특히 SNS에는 “월 2500원의 수신료를 사실상 강제적으로 걷고 있는 KBS가 그 정도의 가치를 하는 것이 맞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방송가에서 한 프로그램이 17년이나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사랑의 리퀘스트가 줬던 감동을 시청률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라 얘기하던 KBS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