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궤양성 대장염’을 아시나요

입력 2014-12-16 02:40
박재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근 일본의 일간지가 궤양성 대장염으로 인해 아베 신조 총리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베 총리는 2007년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총리 직을 사임했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성 장 질환의 하나다. 미국 및 서유럽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던 질환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주목된다.

2013년 기준 국내에서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은 환자는 3만1026명이다. 이는 2009년에 비해 12% 증가한 수치다. 현재까지 궤양성 대장염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소인, 환경적 요인, 면역학적 이상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서구적인 식생활 습관, 도시화 및 공업화에 따른 환경변화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궤양성 대장염에 걸리면 대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며 심한 경우 궤양도 나타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혈변, 설사, 대변 절박증 등의 이상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점액변, 복통, 체중감소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심한 경우 발열, 다량의 혈변과 설사, 구토, 전신 쇠약감 등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 없이 혈변, 설사가 반복되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안전하다. 궤양성 대장염은 평생 관리하고 치료받아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실제 오랜 기간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환자들이 많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특별히 금해야 하는 음식은 없다. 다만 섭취 후 불편한 증상(설사, 복통, 팽만감)을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과도한 육류 또는 유제품 섭취가 질병 재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감기약 또는 진통제로 흔히 사용되는 비(非) 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사용을 피하고 의사와 상의해 다른 종류의 약물을 써야 한다.

치료를 위해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항염증제가 주로 사용되며 스테로이드제는 심할 때만 처방된다. 일단 증상이 완화된 다음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항염증제를 쓴다. 최근엔 강력한 항염증 작용을 가진 종양괴사인자 억제제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이 난치병이긴 하지만, 꾸준한 유지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환자들은 무엇보다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투병 생활에 도움이 된다.

박재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