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특별한 연말 행사가 있다. ‘올해의 남자, 올해의 여자’를 뽑는 행사다. 이맘때가 되면 유력한 미디어나 영향력 있는 사회단체가 ‘올해의 인물, 올해의 사건’ 등을 꼽는데, 그 비슷한 것이다. 다만 내 개인 행사이니 기준도 대상도 뽑는 방식도 다 내 맘대로 정할 수 있다.
기준은 ‘내 인생에 들어온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아무리 중요하고 영향력이 있어도 내 인생과 관련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다. 나의 인생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들어오게 된 사람이라면 올해의 나의 인물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요즘 여러 사람들이 내 리스트에 올랐다. 꼭 유명한 인물도 아니다. 꼭 새로 만난 인물일 이유도 없다. 그동안 알고 지냈으나 갑자기 특별하게 다가온 사람이라면 훨씬 더 의미가 커진다. 나름대로 주목하고는 있었으나 올해 아주 용감하게 아주 특별하게 아주 신선하게 새로운 사건을 통해 가까워지게 된 사람이라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꼽을 손가락이 모자랄수록 기쁨은 커진다. 이렇게 괜찮은 사람들이 많았구나 하면서 말이다.
내가 꼽은 올해의 남자, 올해의 여자를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에게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행사에는 나만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이다. 사람만큼 나의 삶을 비추어주는 거울이 있는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다시 짚어보게 된다. 가치관이란 끊임없이 흔들어주어야 더 튼튼해지니 말이다. 사람에 대한 나의 안목이 길러짐은 물론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된다.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이었을까 짚어보는 것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의미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중심에는 바로 사람이 있다. 인간의 그 무지함과 악함과 비겁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이란 같이 하는 존재, 같이 할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을 다시 키워본다.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만큼은 정말 잃고 싶지 않다.
당신만의 올해 연말행사는 무엇인가. 당신의 인생을 초라하지 않게 만드는 당신만의 특별한 행사는 무엇인가. 인생을 키워주고, 의미 있게 해주고,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게 만들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게 해주는 당신만의 특별한 연말행사가 필요하다.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올해의 남자, 올해의 여자
입력 2014-12-1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