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 피플] 미자립 교회 목사·사모에 성형수술 봉사

입력 2014-12-15 02:52
스타 성형외과 의사였던 남궁설민 원장이 병원 입구에서 포즈를 취했다. 예수 복음으로 환자의 영혼까지 구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서울 지하철 압구정역 2번 출구 인근 파티마의원을 찾은 이들은 계단을 오르다 주춤한다. 병원을 찾아왔는데 교회에 들어서는 듯한 착각 때문이다. 계단 벽에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예쁜 글꼴이 붙어 있다.

이 의원 원장은 남궁설민(66).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생소할지 모르나 40대 이상이면 “아! 그 성형외과 의사 선생님”하고 반응한다. 1980∼90년대 미용 성형이 흔치 않던 시절 성형시장을 형성해낸 성형외과 의사 1세대이자 그 분야 최고 권위자였다. 그가 80년대 말 서울 압구정동에 성형외과 병원을 개업한 후 이 지역에 성형외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지금 압구정거리는 ‘성형외과 의료산업 기지’가 되다시피 했다. 해외 의료 고객으로 병원마다 특수를 누린다.

그런데 그는 성형 특수와 무관하게 살아간다. 여전히 현직 의사로서 활동하지만 정작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영혼 구원이다. 비만환자 위주로 진료하면서 복음을 전한다. 그를 지난 12일 만나봤다.

-목사님들에게 인기가 좋으시던데요.

이 얘기에 그는 쑥스러워 안절부절못했다. 수년 전부터 미자립교회 목사와 그 사모 등에게 성형수술 봉사를 해왔는데 그것이 알려져서였다. 그는 의료법상 꼭 필요한 최소 비용만 받고 자신의 달란트를 바쳤다.

“허 참. 제가 하나님 앞에 내놓을 게 없어서 그리한 건데…. 물질로 섬긴다는 것도 그렇고 해서 목사님들이 강단에 서시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가벼운 성형을 해드린 것뿐입니다. 눈 처짐 등 얼굴이 불편한 목사님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그분들은 직분이 그렇고, 형편도 어렵고 해서 수술은 생각도 못하시죠. 제가 해드리겠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요. 당황하십니다. 20여명 정도 시술했습니다.”

-치료적 성형이 필요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경우인가요.

“경기도 외곽에 계시는 어느 목사님은 젊어서부터 눈 처짐 때문에 성경 읽기가 불편하셨어요. 제게 시술받고 자신감이 생겼다며 감사편지를 보내 오셨어요. 한 사모님은 어린 시절 입은 얼굴 화상으로 늘 콤플렉스에 시달렸는데 가난한 목회자 사모이다 보니 수술할 꿈도 못 꾸셨죠. 제가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할 건가요.

“힘닿는 데까지 해야죠.

-병원이 교회 같습니다.

“일하는 자리가 병원, 교회, 학교 기능이 되도록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한국교회 시작도 그러했잖아요. 세 기능의 본질은 나눔입니다. 병원은 진료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배 공동체와 배움 공동체 공간도 있습니다. 매일 12시면 소규모 예배가 이뤄지고, 성경공부와 건강강좌 등도 이어지죠.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요.”

-‘스타 의사’로 잡지와 방송 등서 섭외하느라 애먹을 정도였죠. 국내 3대 대기업 자동차와 패션광고 모델을 동시에 하셨고요. 어떻게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은 건가요.

“제가 최고인 줄 알고 살았어요. 돈도 많이 벌었고요. 이화여대 앞에서 돈 벌어 압구정에서 개업하고 교만이 하늘을 찔렀죠. 한데 어느 날 수술환자가 숨을 거둔 거예요. 의료사고죠. 반응이 없어요. 모든 게 무너지는 순간이었죠.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제발 이 환자를 살려주십시오. 매달렸어요. 그러자 의사인 제가 믿기지 않을 만큼 기적처럼 숨이 돌아왔어요. ‘아, 나는 티클 만도 못한 존재이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이 사건 앞서 피아니스트인 여성 골수암 환자가 코끼리 다리처럼 부은 상태에서도 연주를 했어요. 행복한 얼굴이었어요. 그분이 제게 예수 믿으라고 했는데 귀에 안 들어왔어요.”

-그래서인가요. 암 환자 치유에 전력하셨죠.

“뉴아이(NEW I)암치유센터를 통해 기도 중심의 치유를 했습니다. 영혼을 살리는 의사이고 싶었습니다.”

-정말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였죠.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에 자유로울 수 없겠습니다. 지금 성형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봅니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나이 들어가는 얼굴 참 좋아요. 성형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보완이어야 하죠. 안 할 수 있음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예수님 알고 나서 후회되는 게 많았습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