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찰서에 들어오는 사건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폭행 사건이다. ‘째려봐서’ ‘어깨가 부딪혀서’ ‘상대의 말투나 태도가 기분 나빠서’ ‘욕을 해서’ 등의 사소한 일로 싸움이 벌어진 경우다. 그렇게 해서 입건이 되면 밤을 꼬박 새우며 조사를 받아야 하고 가족들한테도 걱정을 끼쳐야 한다. 합의금을 물거나 합의가 안 되면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한다. 아무리 경미한 사건이라도 양쪽 당사자 모두 ‘폭행’ 전과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둘만의 일로 끝나지 않고 모 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 더 큰 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전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후과(後果)들이다.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총기사고가 많은 미국의 경우 ‘분노조절 실패’를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이다. 지역사회 단위에서부터 분노조절 클래스가 있고, 학교나 직장에서도 분노조절 카운슬링을 해주고 있다.
분노조절에 실패했을 때의 결과에 대한 미국심리학회(APA)의 캐치프레이즈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당신이 분노를 조절하지 않으면 분노가 결국 당신을 삼켜버릴 것이다.”
APA는 몇 가지 분노조절 팁을 알려준다. 우선 화를 내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또 약간의 화는 정신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그래서 화를 세련되게 내는 게 분노조절의 첫째 팁이다. 화를 내는 동안 내가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하고, 또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피해야 한다. APA는 남에게 상처를 주는 분노를 가장 나쁜 분노의 예로 들었다.
화나는 일에서 잠시 비켜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자신을 속상하게 하는 일이나 사람을 잊고 다른 기분 좋은 일과 평소에 살가웠던 사람, 평화로운 풍경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일종의 ‘분노 회피’ 전략이다. 분노가 격해지지 않도록 신체적 통제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크게 심호흡하고 마음속으로 ‘참자, 참자’라거나 ‘진정하자, 진정하자’라는 말을 되뇌면 격한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APA는 설명했다.
손병호 차장 bhson@kmib.co.kr
[한마당-손병호] 세련되게 화내기
입력 2014-12-15 02:20 수정 2014-12-15 11:30